[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전세가 월세보다 낫죠. 월세는 쌩돈 나가는 기분이 들잖아요. 하지만 어떡합니까. 전셋값은 천정부지 오르고 대출 이자도 오르고 대출 받기도 어렵고요. 월세로 가는게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만약에 저러다 전셋값 떨어지면요? 집주인이 돈 없다고 보증금 안돌려줄 수도 있는데 차라리 월세로 보증금을 줄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게 낫죠"
전국의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거래의 비중이 전세 거래를 역전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및 전세 대출 어려움 등이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올 8월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이후 전셋값 인상을 미뤘던 집주인들이 전셋값 인상에 나설 것이란 불안감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의 공급물량 감소와 전셋값 상승‧금리인상에 따른 집주인과 세입자의 부담감이 가중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진단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6.16 ymh7536@newspim.com |
◆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 57% 넘어서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셋값과 전세대출 이자 상승으로 인해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아파트 임대차 거래건수는 38만3859건(수도권 23만2468건‧지방 15만1391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대차 거래 가운데 임대차3법 이전만 해도 40% 수준이었던 월세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 34만 9073건 중 월세거래는 20만1621건으로 전체 임대차계약의 57.8%를 차지했다. 이는 등기소와 주민센터에서 부여한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한 통계다.
월세 비중은 올들어 점차 커지고 있다. 1월 전체 임대차거래 20만4216건 중 월세가 9만3851건으로 46%를 차지했는데 2월(48.8%)과 3월(49.5%)에 이어 4월에는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4월 전체 임대차거래 24만7966건 중 전세는 12만3787건, 월세는 12만4179건으로 월세 비중이 50.1%를 차지했다.
이같은 월세 가속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이자가 월세수준까지 올랐고 이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이 필요한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보유세 부담 등으로 월세를 받고자 하는 임대인의 수요도 맞아 떨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새 임대차법에 따른 전월세 신고제가 지난해 6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그동안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오피스텔 등 준주택 신고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월세 거래가 점점 늘어나면서 가격도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의 KB아파트 월세지수는 102.3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중형(95.86m²)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된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올해 1월 100.0을 기준으로 ▲2월 100.8 ▲3월 101.2 ▲4월 101.8 ▲5월 102.3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5월 인천과 경기 아파트 월세지수도 각각 103.2, 103.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 공급물량 감소에 전세서 월세 전환 현상 심화
공급부족 현상도 월세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최근 5년간 (2017~2021년) 오피스텔 입주물량 (13만3959실)이 아파트 입주물량 (16만 3411호)의 80%를 넘어섰다.
같은 시기에 서울에 준공된 주택의 경우 소형주택이 주를 이뤘던 공급시장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직방은 분석했다. 전국에서 2017~2021년 준공된 전체 주택 중 전용면적 60㎡이하 주택이 33.5%인 것에 비해 서울에 같은 기간에 준공된 주택 중 61.8%가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이다.
서울지역 임차인은 젊은 층의 비율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30대 임차인의 비율이 늘고 있고 20대 이하 임차인도 2022년 들어 다소 주춤하지만 직전 3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50대 이상의 임차인은 그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대출규제 등으로 자금마련이 쉽지 않은 젊은 수요들이 매수보다는 임차 쪽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올해 임차인이 많은 자치구는 서울 25개 구 중 임차인 9.32%가 확정일자를 받은 관악구다. 관악구는 최근 3년간 9%대를 넘어서며 임차인들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송파구와 영등포‧강서‧강남구 순으로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들이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이하 임차인은 관악구(15.44%)에 가장 많았다. 30대 임차인은 영등포구, 송파구, 관악구에 비슷하게 많았고, 40대 및 50대 이상 임차인은 송파구에 가장 많았으나 20대 이하 임차인처럼 다른 지역과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임차인이 많은 5개 구 중 관악구, 송파구, 강남구는 월세 비율이 높은 반면, 영등포구와 강서구는 전세 비율이 높다. 다만, 2021년 수치와 비교해보면 모두 월세 비율이 증가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최근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자금 마련이 어렵거나 대출이자가 월세보다 높아지는 등의 이유로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월세를 받고자 하는 임대인 수요와 맞물려 월세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택 공급측면에서 소형주택 및 오피스텔 공급 비율이 커졌고 자금마련이 어려운 젊은 세대들이 임차시장에 유입되면서 월세 비중 증가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차시장에서의 주택 수요와 공급에 따른 영향을 감안했을 때 젊은 계층의 주거비 경감, 안정적인 임차계약을 위한 공급, 제도적 뒷받침 등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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