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한진그룹 지배구도 밑그림이 나왔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결합할 통합 저비용항공사(LCC)를 대한항공 자회사로 두고 항공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대한항공이 과도한 인수비용을 지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더불어 실제 합병을 위한 해외 심사가 불확실하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통합 LCC가 기대만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거라는 견제의 목소리도 있어 지배구조 개편의 성공 여부는 차후에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 수직계열화·한진칼 재무부담 해소…부채 쌓은 진에어에 프리미엄 논란도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5일 한진칼로부터 진에어 주식 2866만5046주를 6048억원에 매수했다. 진에어 지분의 54.92%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진그룹은 이번 결정의 이유로 항공 계열사 수직계열화를 꼽는다. 기재 도입·운영과 중복노선을 효율화하고 연결편을 강화해 항공운송 분야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동시에 차입금이 1조원 넘게 늘어난 한진칼의 재무 부담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연결 기준 1분기 말 한진칼의 총 차입금은 1조5638억원, 부채비율은 103.9%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200%로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기준까지는 여유가 있지만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에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한진칼을 통해 한진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조원태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도 긍정적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통합 LCC 출범을 위해서도 대한항공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칼 자회사 체제에서 진에어는 자력으로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흡수할 여력이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진에어는 2020년부터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2200억원을 조달하고 75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금을 확충해왔다. 하지만 올해까지 영업적자가 이어지며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300%로 작년 말 대비 52%포인트(p)가 늘었다. 반면 이번에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되며 자금 지원이 수월해졌고 통합 LCC 출범을 위한 부담도 덜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진에어 매입 비용이 과도한 것 아닌지는 논란거리다. 진에어 매각액은 주당 2만1100원으로 지난 13일 종가(1만6550원) 대비 27.5%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프리미엄이 타당하다는 측은 양사가 사업 시너지를 높일 수 있고 향후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사업 흡수까지 고려하면 용인 가능하다고 본다. 반면 진에어가 코로나 이후 부채를 쌓아왔고 당분간 적자를 면치 못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인수가액 산정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합병 불확실성, 미국EU·영국·호주 신규항공사 진입 요구…"통합 LCC 제한적" 견제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작업의 일환이라는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최근 해외 경쟁당국 심사 과정에서 미국이 예상보다 까다롭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인수 무산설까지 흘러나왔다.
미국 외에 가장 험난한 심사가 예고됐던 유럽연합(EU)를 비롯해 영국, 호주가 독과점 해소를 위해 신규 항공사 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 한 곳이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할 경우 합병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해외 심사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경쟁사들의 견제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LCC가 출범하면 국내 LCC 1위에서 2위로 밀려나는 제주항공이 대표적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은 최근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LCC에 대해 추가 운수권 반납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사장은 "5개사 통합에 따른 시장 집중도가 제주 노선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 이용할 권리) 기준 65%에 달하는 만큼 재배분 해야 한다"며 "(코로나 전 기준) 3사 점유율을 합친 규모가 그대로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제주항공 매출 비중이 높은 일본, 중국에서 추가 운수권·슬롯 반납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진그룹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LCC들이 자본 확충과 유동성 확보를 진행하는 가운데 진에어 또한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돼 빠르게 변화하는 항공여객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며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통합 대형항공사(FSC) 및 LCC 출범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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