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상수도 유지·보수 관리비용을 높이는 데 반대하자 강제로 아파트 내 상가의 수도 배관을 분리해 단수조치한 아파트 입주자대표가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가 수도배관을 분리시켜 수도를 불통하게 하고 상가 입주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인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20년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직을 맡으며 이 사건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입주자들이 아파트에 연결된 상수도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 불만을 품고 상가 입주자들과 상수도 유지·보수 관리비 등에 대한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협상절차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A씨는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과 관리과장으로 하여금 상가 2층 화장실에서 4층으로 연결되는 수도배관을 분리시켜 수도를 불통하게 했다. A씨는 상가 입주자들의 운영 업무를 방해함과 동시에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를 불통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사용하던 이 사건 배관은 아파트 측의 동의를 받아 설치한 것으로 위법하게 설치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이 사건 아파트는 수년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각층마다 설치된 수도계량기 검침에 따라 수도비용과 오수 처리비용을 매월 지급받고 영수증 처리를 하는 등 이 사건 배관을 연결하여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적어도 이를 추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은 단순히 피해자들이 이 사건 아파트에서 책정한 더 높은 금액의 요금협의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단수조치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사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얼마든지 존재했으며 ▲수도공급이 중단될 경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상가 내 편의점, 교회, 미용실 등을 운영하는 피해자들이 입게 되는 불편함이 매우 큰 점 ▲단수조치를 취하면서 최소한의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도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단수조치는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간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단수조치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수도불통죄의 성립, 정당행위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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