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중국 최대 보석 업체 저우다푸(CHOW TAI FOOK·周大福)를 세운 홍콩 전통 부호 가문이 의류브랜드 지오다노(00709.HK) 인수에 열을 내고 있다. 실적 악화에 대한 회색빛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지오다노가 가진 소매 유통망에서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바이두(百度)] |
중국 경제 전문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은 27일 지오다노 공시를 인용, 저우다푸가 산하 투자회사인 카이성캐피탈(鎧盛資本)을 통한 지오다노 인수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저우다푸 측은 주당 1.88HKD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로써 인수 규모는 최대 25억 6000만 HKD(약 4194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우다푸는 홍콩 부동산 재벌인 정(鄭)씨 일가 소유 신세계발전(00017.HK)의 자회사로, 정씨 일가는 청쿵그룹의 리카싱 일가와 헨더슨랜드의 리샤우키 일가, 선훙카이부동산의 궈더성 일가와 함께 홍콩 4대 부호 가문으로 꼽힌다.
정씨 일가의 1세대 경영인인 정위퉁(鄭裕彤) 신세계발전 창업자 겸 저우다푸 전 회장은 10여년 전부터 지오다노에 눈독을 들여왔다. 2011년 5월 10억 5000만 HKD를 들여 지오다노 주식 2억 1800만 주를 매수, 14.58%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지오다노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2년 뒤 지오다노 주식을 추가적으로 사들이면서 정씨 일가의 지분율은 24.57%까지 확대됐다.
부친 정위퉁 전 회장의 잇따른 지오다노 주식 매수에 장남인 정자춘(鄭家純) 회장은 "장기적 투자 목적이다. 가격만 적당하다면 지분율을 30% 이상으로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면서 지오다노 전면 인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었다. 정위퉁 전 회장 역시 "지오다노의 배당률에 관심이 간다"며 "장기 투자 목적일 뿐 인수할 뜻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정씨 일가는 지오다노 주식 매수 이후 상당한 배당 수익을 맛봤다. 2012년 지오다노는 주당 0.23HKD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23% 지분을 보유 중이던 정씨 일가는 8048만HKD, 약 132억 원 규모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안이 성사되면 정씨 일가는 지오다노 지분의 과반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저우다푸 측은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지오다노에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는 사유화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 일가의 지오다노 인수에 대해서는 업계 평가가 엇갈린다. 사실상 사양길로 접어든 지오다노를 인수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관측이 있는 반면 지오다노의 '저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1981년 설립된 지오다노는 최근 수년간 실적 악화에 시달려 왔다. 매출의 경우 2018년 55억 900만 HKD에서 지난해 33억 800만 HKD로 40% 가량 급감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류궈(劉國) 지오다노 회장이 자발적으로 연봉을 50% 삭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해 1억 1200만 HKD의 순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9억 1700만 HKD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것이긴 하지만 2018년 매출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라(Zara), 에이치앤엠(H&M) 등 글로벌 SPA브랜드들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전자상거래 보급과 함께 저가 브랜드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긴 것이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다만 사업 수완이 탁월한 정씨 일가가 지오다노를 선택한 데는 그럴만한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지오다노가 구축해 놓은 촘촘한 오프라인 점포망이 정씨 일가의 구미를 자극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21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紀經濟報道)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오다노는 전 세계에 2056개의 매장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것이지만 여전히 막대한 규모다. 중국 본토 매장 수만 739개에 달하는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저우다푸 확장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이와 함께 낮은 가격에 지오다노를 사들인 뒤 재매각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 장이(張毅) CEO 겸 수석 애널리스트는 "브랜드 인기가 식고 자본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2000여 개의 실물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 펀더멘털이 여전히 안정적임을 보여준다"며 "저우다푸로서는 낮은 가격에 지오다노를 인수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거래가 성공한다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저우다푸는 올해 3월 말 기준 중국 본토에 5764개의 매장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0% 증가한 989억 3800만 HKD에 달하며 같은 기간 에르메스 매출액 829억 HKD를 뛰어넘었다. 순이익은 67억 1200만 HKD로 8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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