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올 하반기 개인과 기업의 회생·파산 신청이 급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회생법원 신설과 전문법관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는 지방에 회생법원이 없어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경제 상황에 따라 도산 실태도 다르기 때문에 법원 신설이 당장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내놨다. 회생법원 신설 뒤 채무 탕감 등 도덕적 해이 확산도 우려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28일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 16차 정기회의가 열렸다. [제공=대법원] 2022.06.29 sykim@newspim.com |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도산 사건의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한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경제적 위기에 놓인 기업과 개인을 위해 전국적으로 신속하고 전문적인 도산 절차가 이뤄지도록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회생법원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도산 사건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법관과 상임관리위원, 회생위원 등 인적 자원을 확충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대법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기업과 개인의 회생·파산 신청은 감소했다. 개인 회생·파산 신청은 건수는 지난해 13만93건, 2020년 13만6932건, 2019년 13만8229건으로 나타났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955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1069건)보다 11% 줄었다.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의 재건을 위해 체무 변제를 지원하는 법인회생 신청 건수도 지난해 717건, 2020년 892건, 2019년 1003건으로 감소했다.
회생·파산위원회 위원들은 파산·회생 신청 감소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개인을 위해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해줬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는 9월 유예 조치가 끝나면 회생·파산 절차를 밟는 기업과 개인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신속한 사건 처리와 사회 복귀 지원을 위해 회생법원 신설과 전문법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회생법원 외 다른 지역의 도산 사건은 지방법원별 파산부가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의 한 위원은 "금융기관의 유예 조치가 끝나는 데다 금리가 인상돼 파산·회생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며 "지방법원은 다른 사건과 파산·회생을 함께 맡아 처리가 느리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이 3~4년씩 지연되면 개인의 사회 복귀도 늦어져 국가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도산 재판은 정책적 측면이 중요하고, 복지의 일환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집중할 전문법원과 판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단순히 법관을 증원하는 것을 넘어 한 법관이 회생·파산 분야만 꾸준히 담당하도록 전문법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는 "지금처럼 법관들이 순환보직을 한다면 법관을 확충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회생·파산을 어느 정도 이해하려고 할 때쯤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회생·파산 제도의 발전과 채무자, 채권자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법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회생법원 신설이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변호사는 "서울은 지역이 넓고 회생·파산 신청을 하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회생법원이 필요하지만 타 지역에 회생법원을 신설할 정도로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당분간 코로나19 여파로 도산 사건이 증가하겠지만, 이 외에 개인 파산 사건 등의 경우 채무를 단기간에 정리해준다면 도덕적 해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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