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지 주목된다. 치솟는 물가와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 부담 등으로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1.75%다. 한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3차례 올렸다. 지난 1월 1.25%로, 4월 1.5%로, 5월 1.75%로 각각 조정했다. 한은이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올리면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3회 연속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한은은 금융안정회의를 여는 3·6·9·12월에는 기준금리를 논의하지 않는다.
전문가는 사상 첫 3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9명이 이번 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했다.
관건은 사상 첫 빅스텝 여부다. 금투협 조사 결과 64명은 빅스텝을 전망했다.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예상한 사람은 2명이었다. 나머지 34명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예측했다.
학계에서도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통상적인 형태의 인상보다 더 높게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빅스텝을 예상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하고 있다. 2022.06.21 hwang@newspim.com |
높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 역전 등을 빅스텝 요인으로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다. 외환위기를 겪은 1988년 11월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고 본다는 점이다. 향후 1년 물가상승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9%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다.
인플레이션은 소비 위축, 상품 판매 감소 및 재고 증가, 기업 생산 및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초래한다. 한은이 물가상승을 억제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한은이 빅스텝을 밟을 확률을 높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1.5~1.75%로 한국과 차이는 0.00~0.25%다. 한국이 통상적인 수준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미국이 빅스텝을 밟으면 한미 금리는 역전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당장 오는 27~28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회의에서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미 금리 역전은 국내로 들어온 자금의 해외 유출과 이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 및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오름세로 이어지고 이는 국내 물가상승을 더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2.25%로 결정할 전망"이라며 "빅스텝 인상 근거는 현재 높은 물가와 함께 향후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율, 원화 약세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금통위에서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한다"며 "일반 물가지표뿐 아니라 환율 가치의 추가적인 하락 방지도 빅스텝 인상 전망 이유"라고 말했다.
한은의 빅스텝 명분은 쌓였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빅스텝이 자칫 서민층과 중소기업 등 경제 주체의 대출이자 부담 심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7월이나 9월중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도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에 과잉 대응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이 급격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경착륙하면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 침체를 유발하는 과잉대응과 그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후퇴 동시 발생) 국면으로의 진입이 우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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