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수서발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SR이 오는 9월 차량 발주를 시작으로 수년째 지연됐던 차량 구매에 속도를 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에서 일정이 계속 미뤄졌지만 새 정부 들어 SR의 사업 확대가 본격화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차량이 신규 투입되면 그 동안 지적됐던 열차 부족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올해 발주에 들어가 계약까지 마무리해도 차량 도입까지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 9월 발주, 연내 계약 체결 목표…이후 추가 재원 마련 위해 채권 발행
13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SR은 조만간 SRT 14편성 구매를 위한 발주를 조만간 낼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9월쯤 발주를 내고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SR은 2019년 차량 구매 계획을 확정하고 2020년 말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공기업 등은 신규 투자사업을 할 경우 총액 1000억원 이상, 정부와 공공기관 투자분이 500억원 이상인 경우 예타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예타 통과 이후 차량 구매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규 도입 열차 정비와 예산 마련 방안을 정하지 못했다는 게 주요 이유다.
열차 정비는 현대로템 등 열차 제작사에 맡기기로 했다. 코레일이 차량기지 포화로 정비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에서 지난 1월 KTX 궤도이탈 사고를 계기로 제작사 정비 참여를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하며 정비 문제를 풀었다. 예산의 경우 전 정부의 뉴딜펀드를 통해 4454억원을 조달하는 것으로 작년 초 정리가 됐다.
9월 SRT 차량 구매 발주를 시작으로 연내 제작사와 계약까지 체결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계약을 통해 제작비용을 확정한 뒤 SR은 추가 재원에 필요한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자비용을 굳이 미리 낼 필요 없이 계약금액이 정해진 뒤에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SRT 전라선 투입 반대' 화력 집중한 코레일 노조에 숨통…전라선 갈등은 여전
SR이 최근 차량 구매에 속도를 내면서 코레일 노조의 반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열차 정비, 예산 등의 문제가 SR의 차량 구매를 가로막는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코레일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추진이 중단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다만 코레일 노조가 작년부터 SRT 전라선 투입 반대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차량 구매에 숨통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SR 역시 차량 도입 결정 초기에는 전라선 투입 등을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예타를 받는 과정에서 전라선을 제외시켰다.
여기에 코레일, SR 모두 차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어 고속열차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고려 요인이다. 코레일은 작년 기준 18조원이 넘는 부채를 쌓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력이 크지 않다. 하지만 코레일 노조의 통합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SRT 전라선 투입 등을 놓고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R은 연내 구매 계약을 완료하고 차량 도입까지 3~4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평택~오송 2복선화 사업이 2027년 완공되면 늘어나는 선료 용량에 맞춰 추가 차량 투입이 가능해진다. 수서발 경부선, 호남선 등 탑승률이 높은 노선 열차가 늘어나 이용객 편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