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한진이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50% 넘게 급증하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택배와 하역부문 단가 인상 효과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이 올해 초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역대 최대 실적 달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조 사장이 담당하는 신사업 부문은 실적에 기여하는 효과가 미미해 평가도 엇갈린다. 다만 성과가 낮다는 지적과 함께 전통산업으로 분류되는 물류업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부 나온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진] |
◆ 택배·하역 단가인상 효과에 상반기 이익 56% '쑥'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64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1조4131억원으로 22.5% 늘었다.
2분기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8.4% 증가한 2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7.8% 늘어난 7068억원이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은 택배와 물류사업이 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택배의 경우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단가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택배 분류인력 투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택배비 인상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저단가 위주 화주를 시작으로 전체 화주를 대상으로 단가 인상에 들어가면서 이익률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역을 중심으로 한 물류사업도 이익률 개선에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대란의 여파로 한진의 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 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의 물동량이 증가한 데 더해 단가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부문은 아마존을 고객사로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아마존 물량을 처리하는 독점 계약을 따내며 2020년 인천국제공항에 문을 연 복합물류센터(GDC)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1분기 글로벌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하며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이익률은 오히려 떨어져 글로벌 부문의 수익성 개선은 과제로 남았다.
◆ 메타버스 업계 첫 조성, 디지털 전환 이끄는 조현민…"실적 기여 의문" vs "보이지 않는 효과 주목"
한진은 올 들어 실적 개선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신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조현민 사장이 한진에 합류한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신사업의 핵심 중 하나는 디지털 전환이다. 과거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종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던 물류산업에 미래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물류업계 최초로 조성한 메타버스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로지버스)'가 대표적이다. 로지버스는 ▲미래형 풀필먼트 센터 ▲택배 터미널 ▲해상 운송·컨테이너 터미널 ▲항공·우주 운송 등 4개 테마관을 갖추고 업무에 활용한다. 아바타로 참여하는 업무협약 체결, 내부 임직원 소통 등이 우선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이런 사업들이 실제 매출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측정하기 어렵다는 게 한계다. 로지버스의 경우 직접 매출이 발생하기보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물류업에 적용해보는 시도에 가깝다. 영업에 직접 활용하는 방안 등은 조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대면모임 대신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직원 복지 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 중소상공인·1인 창업자를 위한 원클릭 택배서비스, 디지털 이지오더, 내지갑속선물 등 조 사장이 주도한 사업 역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매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곧 조 사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연결될 수 있다.
반면 보이지 않는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룹의 모태로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보수적인 이미지가 있는 기업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다. 모바일 게임 '택배왕 아일랜드' 출시, 카카오T 택배 서비스, 친환경 저탄소 사업 등 미래를 대비해 회사 변화를 주도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숫자로만 보면 조 사장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있지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점점 커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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