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김경배 HMM 사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하는 소액주주들의 요구에 제대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중심의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영구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불확실성으로 주가 희석 우려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회사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좋으면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데 그쳤다.
김경배 HMM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센터원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
◆ 작년부터 1년 간 주가 '반토막'…영구채 부담에도 김경배 사장은 '펀더멘탈' 강조
18일 HMM에 따르면 김경배 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센터원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사업보다 다른 이슈여서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회사를 건전하고 튼튼하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제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작년 올해까지 회사 실적은 잘했다고 보는데 미래를 나타내기 때문에 지금처럼 좋지만은 않을 거라는 시장의 생각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르면 내년부터 업황이 꺾일 거라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미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황 전망을 고려해도 HMM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HMM은 작년 5월 5만원 초반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년 넘게 하락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작년 고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넘게 빠진 2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7조4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이를 뛰어넘는 10조원 달성이 예상되지만 주가는 오히려 정반대로 움직이는 셈이다. 채권단의 영구채 주식 전환 이슈가 HMM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HMM은 산은과 해진공을 대상으로 2017년부터 총 3조2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6000억원 규모의 191회 전환사채(CB)는 지난해 상환을 청구했지만 해진공이 주식 전환을 결정해 일부 주가 희석이 발생했다. 문제는 나머지 2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마저 주식으로 전환되면 HMM 시가총액은 현재의 두 배가 될 수 있어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HMM이 영구채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해도 채권단이 이를 받아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산은은 주가가 상승한 만큼 주식 전환을 포기하면 배임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공적자금을 단순히 이익의 관점에서만 보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도 만만치 않다.
HMM을 총괄하는 김 사장이 채권단 체제에 놓인 최고경영자(CEO)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적선사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아야 할 시점에 채권단의 이런 방침이 적절한지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의 핵심 미래전략 수립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도 채권단을 의식하며 "앞으로 국가에 누가 되지 않는 좋은 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 중간배당·자사주 매입도 불투명…신성장 전략은 '벌크'에 방점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최윤성 경영전략실장(전무)은 "현재 이익잉여금이 1800억원 수준으로 중간배당과 자사주를 매입하기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익잉여금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서 내년 주총에서 제안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HMM은 큰 틀에서 현재 상황을 벗어나지 않는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해운 위주의 사업구조를 강화하되 벌크선 비중을 확대해 컨테이너선 집중을 막는다는 목표다. 김 사장은 "예전에는 컨테이너와 벌크가 6대 4로 안정적인 비율을 이루고 있었지만 HMM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컨테이너 비중이 95%까지 늘어나 있다"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균형을 이루는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선사들이 추구하는 수직계열화에는 선을 그었다. 김 사장은 "주요 유럽 선사는 종합물류에 포인트를 두는 반면 아시아 선사들은 해운에 집중하고 있다"며 "대단위 투자 리스크 등을 고려해 양쪽 모두 기반을 만들어놓고 움직인다는 계획으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면 종합물류로 쫓아갈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해운업의 트렌드는 환경이 될 거라고도 내다봤다. 김 사장은 "90년대까지는 서비스 경쟁논리에서 국내 선사들이 잘 해왔지만 2000년대부터 규모 싸움이 되며 밀렸다"며 "이제는 환경을 경쟁논리로 판단하고 여기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계획의 일환으로 HMM은 앞으로 발주하는 선박은 모두 친환경 추진선박을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3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벌크선대 확대에서도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를 고려해 전략을 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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