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10여 년 전 쯤에 대형마트끼리 랍스터 판매 가격을 놓고 신경전이 치열했어요. 우리가 제일 싸게 판다고 하는데 정작 마트에 가면 다른 마트보다 10원 싸게 내놨어요. 지금 그런 모습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10원 전쟁'이 다시 발발했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자 '최저가'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통 유통기업들에 코로나로 급성장한 이커머스 업체들까지 소비자들을 잡아두기 위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2022.07.05 yooksa@newspim.com |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은 '최저가' 마케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4일 "이마트가 가장 싸다"며 계란, 쌀, 우유, 휴지, 칫솔을 비롯한 40대 필수상품들의 가격을 내리고 상시 최저가로 운영하기로 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고객들에게 '이마트에 가면 김치 계란 등 나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체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경쟁사인 H사(홈플러스), L사(롯데마트), C사(쿠팡)와 매일 가격을 모니터링하며 상시 최저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40대 품목과 별개로 500개 상품은 일주일 단위 선정해로 최저가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마트의 '최저가' 선언 직후 같은 날 롯데마트의 동참이 이어졌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부터 강성현 대표의 지휘아래 '물가 안정 전담팀(TF)'을 가동, '프라이싱(Pricing)팀'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롯데마트가 고물가 시대에 최후의 가격 방어선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카테고리별 매출 상위 30%에 차지하는 생필품 500여 품목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매주 목요일 또는 필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 수준을 평가해 매가를 조정하거나 대안책을 찾겠다고 했다.
여기에 쿠팡은 지난 13일 국내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쿠팡의 가격이 가장 싸다는 자료를 배포하며 최저가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쿠팡은 삼정KPMG의 조사를 인용해 다른 채널이 판매하는 주요 상품의 가격이 쿠팡 보다 25~60% 가량 비싸다는 결론을 내렸다. 쿠팡은 "지난 수 년간 기울여온 노력과 투자의 결과"라며 "쿠팡이 주요 유통업체의 최저가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쿠팡의 조사 결과에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쿠팡은 750개 베스트셀러 제품을 선정해 가격을 비교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제품과 비교 방법 등을 공개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라는 지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회원 전용 할인과 배송비를 고려했다고 밝혔는데 쿠팡은 조사 당시 할인행사 여부, 타 사의 회원 전용 할인과 배송비 면제 등을 고려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8일 기준으로 주요 식품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최저가 판매처는 모두 달랐다. 쿠팡에서 B즉석밥은 가장 싸게 살 수 있었지만, E우유의 판매가격은 가장 비쌌다. 이마트에서는 D생수와 E우유를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반면 B즉석밥 판매가격은 가장 높았다. 롯데마트는 B즉석밥의 3입 기준 가격은 가장 저렴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상품의 할인 여부, 재고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실시간 최저가 여부는 시간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자극적인 '초저가' 경쟁 보다는 소비자들을 위한 물가관리에 업계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싸게 공급한다는 대형마트 업(業)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라며 "최저가 정책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물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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