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SK하이닉스가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했다.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재검토키로 한 바 있어,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하려고 했으나, 논의 끝에 최종 결정을 보류키로 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 크기의 부지에 약 4조3000억 원을 들여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지을 계획이었다. 2023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보류 결정에 따라 이는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 측은 이와 관련 "(향후 공장 증설 일정은) 정해진 바 없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 이천 M16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결정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근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자계획은 당연히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원재료 부분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원래대로 하기에는 계획이 잘 안 맞는다"고 했다.
그만큼 글로벌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즉,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그룹 내 다른 투자계획도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한 최근 한 조사 결과에선 OECD 국가 경제단체들이 올해 하반기 전반적인 경영환경에 대해 '좋음'으로 전망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물음에 2021년에는 60%가 '좋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과는 차이가 상당히 크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전국 238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22년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했다. 결과는 79. 지난 2분기의 96보다 17포인트 떨어졌다. BSI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전경련이 국내 대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28%가 올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한 이유로 기업들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 글로벌 경기침체 등을 꼽았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을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1조7000억 원을 들여 연산 1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초 올해 2분기 착공,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했지만, 고물가·고환율 등의 여파로 투자비가 2조 원대 중반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되자 투자 계획을 보류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9일 투자계획 재검토에 대한 조회공시에서 "내용이 확정되면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이 체감하는 세계 경제 상황이 쉽지 않다"면서 "글로벌 공급망 병목과 13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 안정화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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