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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속살] 가상자산 부실해졌는데 진입 문턱 낮춘 과기부…금융정책과 '엇박자'

기사등록 : 2022-07-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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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MS 예비인증 통해 신규 사업자 진입 수월
'먹튀'·부실화'·'오용' 등 부작용 여전히 우려
한편에선 NFT 신산업 등 연계 가능성 기대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시장 상황과 다른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없애 신규 업체의 진입 문턱을 낮추려고 하지만 실제 시장은 부실화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보호·개인정보보호 2개월 운영 안해도 예비인증 취득

신규 가상자산기업의 시장 진입 문턱이 우선 낮아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특정금융정보법 상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예비인증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고시를 개정해 21일부터 시행한다.

ISMS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기업이 주요 정보자산 보호를 위해 구축‧운영중인 정보보호 관리체계가 인증기준에 적합한지를 인증하는 제도다. 그동안 ISMS 인증을 취득하려면 최소 2개월 이상 서비스운영 실적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특정금융정보법 상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예비인증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고시를 개정해 21일부터 시행한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2022.07.20 biggerthanseoul@newspim.com

다만 가상자산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ISMS 인증을 얻은 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수리된 경우에 한해 영업이 가능했다.

결국 신규 가상자산사업자의 경우, 2개월 운영 데이터를 보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 신고를 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게 과기부의 입장이다.

이번 고시를 바탕으로 신규 가상자산사업자는 ISMS 예비인증의 세부 점검항목 심사를 통과할 경우, 데이터를 확보하기 전에 신고가 가능해진다. 예비인증을 받은 뒤 3개월 이내에 FIU에 특정금융정보법 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완료해야만 한다. 

이후 FIU에서 신고수리 되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실제 가상자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서 신고수리 완료된 이후 2개월 이상 운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드시 6개월 이내에 ISMS 본인증을 신청하고 본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ISMS 본인증 취득 결과를 본인증 취득 30일이내에 FIU에 변경신고해야 한다.

과기부 관계자는 "ISMS 인증을 획득한 가상자산사업자 대상의 주기적 사후관리 및 보안관리 체계 유지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디지털 전환, 비대면 근무 등 기업의 업무환경 변화와 신기술 발전을 고려한 제도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진입 문턱 낮춘다지만 '먹튀'·'부실화' 우려 높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은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ISMS에 대한 예비인증은 급변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한 박자 느린 정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가상자산시장은 현재 한국산 가상화폐인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한바탕 요동을 쳤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가상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가상자산 업계의 파산 소식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며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3천만원선이 무너졌다. 비트코인은 16% 가량 하락했고 시가총액 규모 2위인 이더리움 가격 역시 17%가량 떨어졌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표시된 가상화폐 시세. 2022.06.14 pangbin@newspim.com

지난 5일 싱가포르의 가상자산 플랫폼 볼드가 고객의 인출을 중단하며 모라토리엄(채무지불 유예) 신청 계획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의 핵심인 정보보호와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한 관리 역시 허술해진다. ISMS 인증을 통해 해당 가상자산 기업이 정보보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테라·루나 폭락 영향에 최대 규모 가상자산 헤지펀드인 3AC 역시 지난달 공식 부도를 냈다. 가상자산업체인 셀시우스도 지난달 12일 모든 인출을 중단하며 파산 준비에 들어간 바 있다. 

기존 가상자산 기업들은 앞다퉈 짐을 정리하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신규 진입 문턱을 낮추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문제는 모든 심사를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소비자의 잘못된 투자를 방치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실제 과기부는 이번 제도 개정을 알리면서 이용자의 피해 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예비인증 취득 후 특정금융정보법 상 신고수리된 가상자산사업자가 ISMS 본인증을 취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를 취득한 것처럼 과대홍보·오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사실 새로운 백서로 흥미를 끄는 새로운 코인을 접하고 일명 바람꾼들이 부추기면 투자를 하고 싶어진다"며 "더구나 일반 투자자도 작전 세력에 발을 담근 뒤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유혹을 떨쳐내는 게 쉽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신규 코인에 대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정보보호 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만큼 먹튀나 부실화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와 달리 한편에서는 규제 완화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기도 한다.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산업 확대에도 규제 완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를 속여 가치가 없는 코인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NFT는 역시나 가상자산 시장과 떼려도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가치를 매길 수 있도록 상장을 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NFT 연계 서비스 업체로서는 진입 문턱 자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일반 사용자는 일반 ISMS 인증과는 다른 예비인증에 부여되는 인증마크를 통해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비인증 해당여부는 사업자 누리집, 한국인터넷진흥원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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