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치솟은 기름값에 정부가 지난 11월부터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에너지 수급 차질로 석유제품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지난 1일 37%로 법정 최대한도까지 낮췄다. 이번 유류세 조정은 역대 최대 인하 폭이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022.07.21 aaa22@newspim.com |
유류세 인하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22일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에는 유류에 부과되는 탄력세율을 50%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 70%까지 늘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류세 인하는 국민들의 기름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지만 뚜렷한 기준이 없이 유류세 인하폭이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어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시적으로 내렸던 유류세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선 정부와 정유사, 주유소에 대한 불신이 쌓일 위험도 있다.
더 문제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카드의 '실효성'이다. 유류세 인하는 손쉬운 물가안정 카드지만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가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2008년 3~12월 정부가 유류세를 L당 745원에서 670원으로 75원(10%) 내렸지만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기름값 오름세는 이어졌다.
최근엔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다시 급등할 여지도 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추진하자 러시아는 세계원유 수출 자체를 중단할 것이라는 엄포를 놨다. 우크라이나와 전쟁도 현재진행형이다. 더욱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거나 운행 빈도가 낮은 빈곤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유류세 인하 폭은 세계 각 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탈탄소·탈화석연료 흐름에 동참하는 상황과도 배치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하는 온실가스 감축계획(NDC)을 발표한 정부가 탄소 배출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여지도 있다. 정부가 기준 없이 유류세를 내리면서 소비자들은 국제 유가가 더 올라도 정부가 내려줄 것이라고 인식하면서 석유를 지금처럼 계속 써도 된다는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어서다. 소비자도 예측을 통해 유류 소비를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준과 서민도 직접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유류세 환급제도 등 다각적인 논의가 시작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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