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희망퇴직자가 회사와 작성한 확약서에 퇴직위로금 반환조항이 있더라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이 적용되지 않고 근로기준법에 따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와 B씨가 C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낸 확약서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2017년 C사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던 A씨와 B씨는 회사에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2016년 12월 31일자로 퇴직하면서 확약서를 작성했다. 확약서에는 A씨 등이 비밀유지의무와 퇴직 후 1년 동안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고 위반 시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희망퇴직위로금 및 기타 지원금품을 반환한다는 규정이 담겼다.
A씨와 B씨는 이듬해 5월 경쟁사인 D생명보험사 지점장으로 취업했고 C사와 작성한 확약서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확약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C사는 A씨와 B씨를 상대로 "퇴직 당시 지급한 희망퇴직위로금 및 기타 지원금 등 각 2억9000만여원을 반환하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1심은 확약서 약정이 유효하다며 C사의 손을 들어줬다. 또 C사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반소)에서도 A씨 등이 약정내용을 불이행했다며 A씨가 1억7000만원, B씨가 1억50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확약서가 약관법에서 정한 약관에 해당하고 확약서 중 '희망퇴직위로금 및 기타 지원금품 반환 약정' 부분은 약관법상 무효라고 봤다. 또 위약금을 지급하라는 C사의 반소 청구도 기각했다.
현행 약관법 제6조와 제8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과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 손해금 등의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등 불공정약관조항을 무효로 본다.
대법은 이같은 항소심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이 사건 확약서는 회사가 여러 명의 희망퇴직 신청 근로자들과 약정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서로서 약관법에서 정한 '약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확약서는 회사와 소속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로 종료되는 경우의 권리·의무관계를 정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계약 관계를 전제로 그 종료 시 퇴직금 지급 외에도 퇴직위로금 기타 각종 경제적 지원에 수반되는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에 의해 그 유효성이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관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약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확약서가 약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에는 약관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현행법상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비영리사업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은 약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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