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2-08-02 14:59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검찰이 벌금을 낼 경제적 능력이 없는 '빈곤·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노역장 유치 대신 사회봉사 집행을 확대한다.
벌금 미납자들의 노역장 유치로 인한 교정시설 과밀 문제를 해결하고 노역 기간 불가능한 경제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100만원 이하의 벌금조차 내지 못해 노역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대검찰청은 2일 대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감생활 대신 땀 흘리기'라는 모토로 벌금 미납자들의 사회봉사 대체 집행을 확대할 것을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벌금 대신 노역...'생계 활동 단절·낙인효과' 부작용
벌금 납부 능력이 없는 빈곤·취약계층은 벌금 대신 교도소 내 노역장에서 노역활동을 해야한다. 벌금액은 노역 1일당 10만원으로 환산한다.
벌금 미납자의 노역장 유치로 교정시설은 과밀 상태다. 이에 교정시설 인력과 시설 예산 투입 규모가 늘어날 뿐 아니라 건강상 문제가 있는 벌금 미납자를 노역장에 유치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1일 평균 교정시설 수용 인원 중 벌금 대신 노역을 수형하는 비율은 2.8%에 달한다. 일본의 경우 노역 수형 비율은 0.6%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가벼운 형벌도 노역으로 대신하는 환형 유치가 이뤄지면서, 재산형이 신체 자유형으로 전환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노역장 유치 집행자 중 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은 비율은 93%, 100만원 이하 벌금 비율은 60%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500만원 이하 벌금형 미납 건수는 2019년 13만8000건에서 2020년 14만2000건, 2021년 19만9000건으로 대폭 늘었다.
브리핑에 나선 김선화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사회봉사 대체 집행은 기존에도 하고 있었던 제도지만 코로나19로 벌금을 못내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필요성이 커졌다"며 "국민들에게 기존 제도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신청 기준을 완화해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500만원 이하 벌금 미납자 중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검사의 청구에 따라 법원의 허가로 벌금형을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다.
◆ 사회봉사 신청 요건 완화...봉사 유형 다양화로 '교화'
대검은 사회봉사 신청 요건인 소득 기준을 중위소득 대비 50% 이하에서 70% 이하로 넓혀 사회봉사 신청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소득 기준은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256만540원 이하에서 358만4756원 이하로 완화됐다.
2020년 사회봉사 신청 가능 벌금액을 3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완화하면서 전년도 대비 사회봉사 허가 건수가 25% 증가한 바 있다. 대검은 중위소득 기준을 완화 시에도 사회봉사 대체 집행 사례가 대폭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소득 수준 외에도 다양한 자료를 참고해 경제적 능력을 판단하도록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다.
2020년 4월 안양지청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벌금을 납부하지 못한 사업체 대표가 매출 부진 등 개별 사유에 따라 사회봉사 명령을 허가받은 사례가 있다. 형식적인 기준은 사회봉사 신청 요건에 맞지 않지만, 주변 상황과 환경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벌금 납부가 불가능한 상황이 증가하면서 경제적 능력 판단 기준을 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은 사회봉사 유형과 기간을 다양화해 교화 목적을 달성할 예정이다. 벌금 미납자들은 농어촌 모내기와 그물 손질, 독거노인 목욕봉사, 제설작업, 벽화그리기, 다문화가정 도배 등 중 사회봉사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김 부장은 "사회봉사 신청에 앞서 대상자가 본인의 특기에 따라 잘 하는 분야와 하고 싶은 분야를 파악하도록 안내한다"며 "대상자의 특기에 맞는 협력기관에서 일손을 필요로 하면 보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벌금을 일부 납부한 미납자나 분납, 납부 연기 대상자도 남은 금액에 대해 사회봉사 신청이 가능하다. 수배 중인 벌금 미납자도 사회봉사 요건에 해당하면 상담을 통해 사회봉사 신청을 할 수 있다.
대검은 벌금 분납과 납부 연기 방안을 실질화하는 조치도 취한다. 벌금 미납자의 노역장 유치 전 사전면담을 필수적으로 실시하고, 미납자의 노역 수형 능력을 검토해 유치 집행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생계가 곤란한 이들에게는 지명 수배 후에도 벌금의 분납과 납부 연기를 허가한다.
이와 함께 500만원 이하 벌금 미납자가 질병으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노역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직권으로 분납과 납부 연기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김 부장은 "사회봉사는 벌금형 집행을 면제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유익한 봉사를 통해 확실한 처벌을 하겠다는 취지"라며 "독일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소액 벌금형에 대해서는 사회봉사 대체 집행을 추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봉사 대상자가 현장에 갈 때 보호관찰소 심사 위원이 동행하기 때문에 봉사활동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하며, 문제가 있을 경우 다른 봉사로 전환 가능하다"며 "노역장 구금의 경우 대상자 교화가 어려운 반면 봉사활동은 정신적, 심리적 교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