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현대제철에 파업 전운이 짙어졌다. 11일 예정된 10차 임금단체협상 교섭이 사측 불참으로 또 다시 무산됐다. 앞서 게릴라 파업을 경고했던 노조가 후속 대책 논의에 들어가면서 양측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하반기 철강업계 전망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노사 갈등이 자칫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힘이 실린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제공] |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현대제철 5개지회(당진·순천·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는 당초 이날 오후 2시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사측과 임협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사측이 다시 불참했다. 사측은 올해 열린 임협 교섭에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노조가 일방적으로 정한 교섭 일정에 따를 이유가 없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갈등의 시발점은 특별공로금 지급 문제다. 노조는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계열사 직원들에게 지급한 특별공로금 400만 원을 동일하게 달라며 사장실까지 점거했지만, 사측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임금협상이 끝난 상황에서 특별격려금을 추가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지난 5월부터 현장 경영에 나서지 못 한 지도 100일이 넘었다. 안 사장은 주 2~3회 나서던 현장 시찰을 하지 못 하고 서울에서 비대면 경영 중이다. 사측은 노조 간부 등 50여 명을 특수주거침입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양측이 잇달아 맞불 작전을 펼치면서 특별격려금 신경전은 올해 임금단체협상까지 번졌다.
양측 협상이 이날도 불발되면서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노조 5개지회는 후속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앞서 '게릴라 파업 카드'까지 꺼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자 이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앞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과반 찬성으로 파업권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실제 노조가 게릴라 파업을 결정하면 4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예고없이 기습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파업 전운이 한층 짙어지면서 회사 경영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가뜩이나 하반기 실적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국내 철강가격은 지난달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방산업 경기가 둔화한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해 산업 수요도 둔화하면서다. 중국철광석 수입가(-5.1%), 한국 스크랩가(-6.5%) 등 원재료 가격도 떨어졌다. 하반기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조가 대규모 파업전까지 돌입하면 당장 생산 차질이 빚어져 회사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노조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4000명 넘는 조합원들이 일제히 파업에 돌입하면 노사 전체에 적잖은 여파가 예상되는 만큼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관계자는 "파업이 시작되면 구성원 전체가 영향을 받는 만큼 노측도 무작정 파업에 들어가긴 어렵지 않겠냐"면서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를 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지난해 성과가 유례없이 좋았는데 사측이 왜 올해 특별격려금을 지급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사측이 교섭에 한 번이라도 나와서 대화했다면 지금 같은 사태도 없지 않았겠냐"며 아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노조는 오는 18일 오후 11차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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