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반도체만큼 디스플레이도 중요한데, 연초부터 정부는 디스플레이를 등한시하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큽니다. 디스플레이를 첨단 산업에 넣네 마네 하는 것만 수개월짼데, 피로도가 높죠."
이지민 산업부 기자 |
취재 중 만난 한 교수의 발언이다. 그는 "반도체를 지원하는 열정의 반만큼만 디스플레이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산업계 최대 화두는 단연 '반도체'다. 칩4 동맹부터 반도체특별법까지 반도체만 나왔다하면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반도체 못지않게 디스플레이 산업은 한국 글로벌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고용에 기여하는 비율 역시 높은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수출액은 26조원 정도로 국내 GDP의 4.4% 정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첨단산업 논의에서 디스플레이는 꾸준히 찬밥 신세다. 일명 '반도체특별법'으로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에서도 디스플레이는 제외됐다. 정부에선 해당 법안의 대상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포함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 역시 믿음직스러운 약속은 아니다.
업계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정부 한 관계자는 "반도체나 배터리 산업에 비해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지원이 미미한 것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세제혜택 등 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서와의 협의도 쉽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내부적으로도 이해관계가 얽혀 디스플레이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단 얘기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미 위기 상황에 직면해있다. 중국 기업들에게 액정디스플레이(LCD) 우위를 뺏겼고 그나마 우위를 차지하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도 중국에게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패널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가 81%를 차지했다. 2018년 94%에 육박했던 OLED 패널 점유율은 매년 줄어 2019년 88%, 2020년 85%로 감소했다.
반면 2018년 4%에 불과했던 중국의 OLED 패널 점유율은 매년 급속도로 늘어 2019년 11%, 2020년 13%, 2021년 18%로 증가했다. 3년 만에 점유율이 4.5배 상승한 것이다.
이 같은 속도라면 중국이 OLED마저 한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건 시간 문제다.
한국이 굳건히 지켜온 OLED 강자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선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여야 하고, 이는 개별 기업이나 학계의 노력으로는 결코 이뤄낼 수 없는 성과다.
정부가 나서서 디스플레이 산업을 첨단산업으로 지정하는 것뿐 아니라 관련 학계 연구 환경 조성에도 힘써 선순환을 일으킬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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