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담보권이 소멸한 뒤 진행된 부동산 경매는 적법하지 않아 무효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전합은 25일 A사가 B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 2021.06.16 pangbin@newspim.com |
B사는 1997년 3월 한 주식회사에 대한 채권 담보를 위해 물상보증인 이모씨 소유의 부동산 및 다른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공동근저당권)을 취득했다.
이후 B사는 2003년 4월 근저당권에 기해 다른 부동산에 관해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경매절차에서 자신의 청구금액 전액에 대한 배당을 받았다. 이로 인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소멸했다.
B사는 2009년 9월 피담보채권이 이미 변제돼 소멸한 근저당권이 등기부에 남아있는 것에 근거해 부동산에 관해 다시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다음해 부동산은 매각됐다.
B사는 저당권자로서 2억6000만원가량을 배당받았지만 후순위 가압류채권자인 원고 A사는 배당받지 못했다. A사는 B사의 저당권이 소멸해 B사가 배당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2016년 8월 B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금액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사가 수령한 배당금이 소멸한 저당권에 근거한 것이므로, A사에게 배당받을 수 있었던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이미 소멸한 저당권에 기초한 경매는 무효이므로 B사는 배당받을 수 없다"면서도 "다만 그 배당금은 A사가 아니라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게 된 매수인에게 반환돼야 하는 것이므로 A사는 B사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매는 크게 강제경매와 담보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로 나눠진다. 강제경매는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에 근거해 실시되는 반면 임의경매는 사인 간에 설정한 담보권에 근거로 해 시행된다.
즉 담보권이 처음부터 유효하게 성립한 적이 없거나 성립한 후 피담보채권이 변제되는 등 소멸한 담보권에 실체적 하자가 있으면 그 임의경매는 원칙적으로 무효이지만,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담보권이 소멸해 임의경매가 무효라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이 경매 절차에서 매수인의 소유권취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동안 대법원은 담보권 소멸을 '경매개시결정이 있은 뒤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러한 현재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담보권이 언제 소멸하였는지에 상관없이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모두 임의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전합은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담보권의 소멸 시기를 언급하지 않고 있더라도 위 조항은 경매개시결정이 있은 뒤에 담보권이 소멸하였음에도 경매가 계속 진행돼 매각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전합은 "임의경매는 단지 사인 사이에 설정한 담보권이 갖는 현금화 권능을 국가가 대신 실행하는 것이므로 실체적 하자가 있는 담보권에 기초한 경매절차는 원칙적으로 무효지만,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예외적으로 임의경매를 유효로 볼 수 있는 경우를 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경매개시결정이 있기 전 담보권이 소멸했다면, 그 담보권은 실체가 없어 법률적으로 담보권이 부존재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러한 경매개시결정은 애초에 적법하게 개시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전합은 현재의 판례가 타당해 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원심판결은 파기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합은 "이 사건 경매는 이미 소멸한 근저당권에 기해 개시된 것으로서 무효"라면서도 "B사가 A사에 대해 뒤늦게 경매절차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 또는 신의성실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으므로 A사는 B사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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