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세부계통 변이 'BA.4'와 'BA.5'에도 예방 효과가 있는 개량 백신이 이번 주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이 결정된다.
29일(현지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이 사안에 정통한 3명의 관계자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FDA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개량 백신 모두 긴급사용을 승인할 방침이다.
화이자 개량 백신은 30마이크로그램(㎍) 용량으로 접종 대상은 12세 이상이며 모더나 백신은 50㎍에 18세 이상 성인용이다.
두 개량 백신 모두 부스터샷(추가 접종)용이다. 1·2차 초기 접종인 경우에는 기존 백신으로 맞아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문 기구가 오는 9월 1, 2일 이틀에 걸쳐 두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9월 둘째 주에는 최종 승인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화이자(좌)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바이알 병. 2021.03.04 [사진=로이터 뉴스핌] |
◆ 3차 접종률조차 낮아 개량 백신 수요 부진할 듯
정작 미국 여론은 시큰둥하다. 두 번째 부스터샷인 4차 접종률도 저조할뿐더러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3차 접종률도 저조하기 때문이다.
CDC에 따르면 1·2차 백신 접종 완료자는 67.4%다. 3차 접종률은 48.5%, 4차 접종률은 33.7%다.
4차 접종 대상자인 50세 이상 인구의 접종률이 낮은 것은 개량 백신을 기다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3차 접종률조차 절반을 넘지 않아 수요 자체가 크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켓워치는 개량 백신이 배포된다고 해도 과연 누가 맞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정부는 내달 5일 노동절에는 개량 백신 배포를 목표로 두고 있지만 수요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자들도 긴 예방접종 대기줄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고 알렸다.
무엇보다 백신을 신속히 배포할 체계마저 코로나19 방역 예산 부족으로 사라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꼬집었다. 미 보건복지부의 공중보건 및 사회복지 비상사태 기금은 지난 2월 중순부터 고갈됐다.
이에 미국 정부는 올해 가을까지만 백신을 무상 제공하고 이후에는 백신 접종을 개인 부담으로 돌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진단키트 무상 배포 프로그램도 내달 2일로 종료된다.
정부의 지원 부재가 자칫 국민들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미시간주 폰티액 노스오클랜드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 맞는 여성. 2021.12.21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임상시험 없이 신속 승인... 'BA.5 중화항체 데이터 전무'
보건 당국이 임상시험 데이터 없이 두 백신 긴급사용을 신속 승인한다는 점도 불신을 낳고 있다.
모더나는 개량 백신을 임상시험 중이고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아직 개시조차 못했다. FDA와 CDC는 오미크론 변이(BA.1) 맞춤형 백신 임상 데이터와 쥐 실험으로 얻은 BA.5 맞춤 백신의 비임상 데이터, mRNA 플랫폼에 대한 지식 등을 종합해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도 매년 개량되지만 임상시험을 거치진 않는다. 보건 당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모두 기존 백신을 변이의 특성에 맞게 개량한 것이어서 임상을 제외한 데이터만으로도 긴급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중은 "안전성과 효능이 덜 검증된 약"으로 이해할 소지가 있다.
29일 모더나 개량 백신 사용을 임시 승인한 스위스 당국은 임상 2/3상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개량 백신은 BA.1 변이에 대한 중화항체를 8배 끌어올렸다. 당국은 BA.4와 BA.5에 대해서도 기존 백신보다 높은 중화항체를 형성했다고 밝히면서도 전임상(임상 전 동물실험 단계) 데이터라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FDA가 이번주에 개량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한다는 폴리티코 보도에 한 독자는 "나는 사람들이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새로운 백신을 기다리려고 4차 접종을 미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자신은 4차까지 접종받았다는 또 다른 독자는 "이번 접종은 넘길 것이다. 4번 다 맞았지만 매번 다 아팠다. 백신의 효능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확실히 지친 것 같다"고 썼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