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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정점 찍었나...환율 급등·중국 봉쇄 등 대외변수 여전

기사등록 : 2022-09-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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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 5.7%↑…전달보다 0.6%p↓
공업제품 7% 상승…6월 이후 두달째 하락세
통계청 "현재 정점으로 추정하는 것도 가능"
환율 인상·중국 도시 봉쇄 등 물가 상승 우려
정부 "물가 상승 모니터링…모든 정책 노력"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만에 5%대로 떨어지며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앞서 정부는 9월 말~10월 초를 정점으로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에 대한 전조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전문가 분석이다. 환율인상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유럽발 에너지 대란 우려, 중국의 도시 재봉쇄에 따른 공급망 불안 등 수 많은 대외 변수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이들 대외 변수로 인해 장기간 고물가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 8월 소비자물가 5.7% 상승…7개월 만에 상승폭 둔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 한 달 전(6.3%)보다 상승폭이 0.6%p 축소되며 물가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3.6%)부터 상승폭을 키워오다 지난 7월 정점을 찍었다. 불과 반년 만에 소비자물가가 두 배가량 상승한 것이다.  

8월 물가 하락에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가볍게 넘겨 12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는 지난달 말부터 빠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유종별로 80달러 중반~90달러 초반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를 원료로 하는 공업제품 가격도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8월 공업제품 가격은 1년 전보다 7% 상승하는 수준에 그쳤는데, 지난 6월(9.3%) 정점을 찍은 뒤 두 달 연속 하락세다. 특히 8월 공업제품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1년 전 3.11%p에서 2.44%p로 낮아졌다. 

여기에 농축수산물 가격도 미세하게나마 오름폭이 둔화됐다. 농축수산물은 7.0% 오르면서 전월(7.1%) 대비 상승률이 다소 떨어졌다. 다만 채소류는 27.9% 오르면서 지난 7월(25.9%)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지난달 기온도 예년보다 많인 높았고, 강수일수 및 강우량도 많아 채소류의 작황이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가스·수도는 15.7% 상승하며 전월(15.7%)과 같은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7월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조사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한전, 가스공사 등의 공공요금 인상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어 국장은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그러나 석유류 가격이 오름세가 크게 둔화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 폭이 비교적 많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흐름이 완전 역전되지만 않는다면 (현재를) 정점으로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겠다"고 덧붙였다. 

◆ 유럽발 에너지 대란 우려·중국 도시봉쇄 재개 등 대외변수 우려 

다만 환율 인상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유럽발 에너지 대란 우려,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중국의 도시봉쇄 재개 등 불확실성이 높은 수많은 대외 변수들이 상존하면서 물가 상승 우려를 키워가고 있다.

특히 무섭게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물가 상승에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질수록 수입물가 역시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럽발 에너지 대란 우려와 중국 도시봉쇄 재개로 유로화와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반대급부에 있는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자료=통계청] 2022.09.02 soy22@newspim.com

지난 1일 기준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년보다 17.3원 오른 1354.9원에 거래를 마쳤다. 17.3원은 지난달 29일(19.1)에 이은 올해 두번째 상승폭이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9년 4월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언제든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는 국제유가도 변수도 작용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로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산유국연합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연합체 OPEC+도 감산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어 국장은 "지금 국제유가 급등세가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한데, 산유국연합체가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다시 도시 봉쇄에 나선 중국의 폐쇄적 조치도 물가 상승에 직격탄이다. 한국은 중국에서 주요 농산물을 수입해오는데 공급망이 끊기면 농산물 가격 인상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은행은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5~6%대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며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근원물가 오름세가 다소 확대됐다"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물가 상승을 유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은 이날 비상대책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는 만큼 정부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물가·민생의 조속한 안정화를 위해 모든 정책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당면한 명절 성수기 수요 확대와 향후 국제 원자재 가격의 향방 등 잠재된 물가 불안요인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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