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회삿돈 70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사죄를 표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피고인에 대한 횡령·범죄수익은닉 혐의 관련 추가 수사가 진행중이라며 공소장을 변경 신청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용래 부장판사)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리은행 직원 A씨와 동생 B씨, 개인투자자 C씨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재판을 종결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피고인들에 대한 추가 범행 관련 수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를 종합해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오늘 변론종결을 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며 재판을 속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아직 추가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고 11월에 피고인들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진행된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결국 이날 피고인들에 대한 변론은 종결하고 검찰 구형은 연기됐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왼쪽)과 친동생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우리은행 직원의 친동생인 전 모씨는 횡령액 일부를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개발사업에 투자 받은 공모 혐의로 구속됐다. 2022.05.06 hwang@newspim.com |
A씨는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긴 시간 몸담아 일했던 은행에 피해를 입힌 점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어떤 말로도 용서받기 쉽지 않다는 것, 사회적 비난을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모두 다 알기에 목숨을 내려놓는 심정으로 석고대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저의 죄가 중하긴 하지만 자수를 하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사건의 전말을 정직하게 밝히는 것으로 잘못을 만회하고자 노력했다"며 "반성과 속죄의 노력을 감안해서 언젠가는 가정과 사회에 떳떳하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동생 B씨는 "저희 형제는 자수하기 직전까지 자금을 숨기려고 하거나 도피를 계획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보다는 오로지 이 모든 것을 원상복구시킬 방법만을 고민했다"며 "피해액수가 너무 커서 당장은 복구가 힘든 상황이지만 죗값을 받고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피해를 복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겠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오는 9월 30일에 나올 예정이다. 다만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이 허가돼 변론이 재개될 경우 10월에 다시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A씨와 B씨는 지난 2012년 가족의 사업부진으로 10억원 상당의 채무가 발생하자 손실을 메꾸기 위해 같은 해 10월부터 약 10년간 우리은행 계좌에 보관돼 있던 614억원을 3차례에 걸쳐 임의로 인출한 뒤 주가지수 옵션거래 등 개인 용도로 소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지난 2013년 1월에서 2014년 11월까지 해외 직접투자와 외화 예금거래 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 거래대금을 가장해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50억원을 송금하는 등 재산을 국외로 도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후 해당 사건을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이들의 횡령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에 이른다는 점을 확인했다. 처음 기소 당시의 횡령금액보다 83억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금감원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검찰은 추가 혐의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에서 피고인들을 대상으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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