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 거래가 극심한 침체기를 겪는 상황에서 경기도 용인시의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도 분양권 시장을 이끈 단지는 현대건설이 올해 초 분양한 '힐스테이트 몬테로이'다. 전매제한 기간 6개월 지나 정상 거래가 가능해지자 매수자가 몰리며 한달새 650건 정도가 손바뀜됐다. 경기도 올해 분양권 거래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분양권 소유자는 집값 불안을 이유로 1000만~3000만 수준의 초피(초기 프리미엄)를 받고 매물을 던지고 있다. 매수자들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 초기 부담이 작은 데다 향후 대단지 프리미엄으로 가치가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권 거래가 늘고 있지만 경기 위축이 장기간 이어지면 시세가 분양권 밑으로 떨어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묻지마 투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 '힐스테이트 몬테로이' 전매제한 풀리자 한달새 17% 손바뀜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에 짓는 힐스테이트 몬테로이는 전매제한이 풀리자 한달새 659건이 거래됐다. 총 3731가구의 17.4% 달하는 규모로 10개 중 2건 정도가 전매제한 해제와 동시에 거래된 셈이다.
최근 주택거래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거래량으로 꼽힌다. 용인시의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올해 상반기 총 89건 거래됐다. 힐스테이트 몬테로이가 전매제한에서 벗어난 8월에는 667건으로 늘었고, 9월(26일 기준)에는 41건이 거래 중이다.
경기도 전체를 봐도 용인시 거래량이 압도적이다. 경기도 25개 시군의 상반기 분양권 거래량은 총 1138건이다. 7월에는 304건으로 힐스테이트 몬테로이 한 개 단지의 8월 거래량보다 적다.
지난 2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몬테로이는 1순위 청약 접수에서 2107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2만9926건이 접수돼 평균 1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부 미계약을 대상으로 한 무순위 청약에는 168가구 모집에 1237건이 몰려 평균 7.36대 1의 경쟁률 보였다.
블록별로 당첨자 발표일이 달라 전매제한 해제일도 각기 달랐다. 2월 14일 발표된 2불록은 전매제한 해제일이 8월 14일, 1블록이 15일, 3블록이 16일부터 진행됐다.
분양 관계자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데다 중도금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았다"며 "브랜드 아파트에다 서울 접근성이 양호해 향후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한 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분양권 거래 늘었지만 마이너스P 단지도 속출...'묻지마 투자'는 경계
분양권 거래가 급증했지만 '묻지마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힐스테이트 몬테로이의 분양권은 1000만~250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타입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5억원 정도다. 프리미엄을 얹으면 5억1000만~5억2000만원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한달새 600건 넘게 거래되며 분양권 시장에서 소위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지만 향후 미래 가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대단지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분양가가 비싼 편이다. 경부고속도로와 분당·수서간도시고속도로를 끼고 있는 용인시 수지구에서 우측으로 13km 정도 떨어져 있다. 주변 대부분이 아직 미개발 지역이라 학교와 병원, 대형 쇼핑몰 등을 이용하려면 도심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주변 1km 이내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도 1억원 넘게 높다. 용인모현스위첸 전용 84㎡은 4억원에, 효천마을신안인스빌2단지는 3억7000만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투자가치가 높다면 과연 초피에 매물을 대거 던졌겠냐는 평가도 나온다. 분양권 소지자는 계약금만 내고 아직 중도금을 내지 않았다. 계약금 10%만 내고 전매제한 6개월을 기다린 뒤 웃돈 1000만~2000만원을 남기고 소유권을 넘긴 것이다. 양도소득세를 제하면 사실상 손에 쥐는 차익은 그리 크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묻지마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 최근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고 추가 하락이 예상되면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월 분양한 송파구 오금동 '송파더플래티넘' 전용 65㎡ 분양권이 14억2260만원에 나왔다. 이 면적의 분양가격 대비 5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이 단지는 분양가가 송파구 역대 최고 수준인 3.3㎡당 5200만원이었으나 청약 경쟁률이 평균 2599대 1에 달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주안파크자이더플래티넘'과 천안시 동남구 청수동 '청수행정타운금호어울림' 등도 일부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등장한 상태다.
용인시 수지구 내 분양권 전문 A공인중개사 대표는 "일부 단지에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분양대행사 등 소위 업자의 보유 매물 거래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며 "비규제지역과 중도금대출 등으로 진입이 상대적으로 쉬운 지역이라도 주택경기가 장기간 침체할 우려가 있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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