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미군 기지촌에서 성매매해온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대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29일 미군 기지촌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상고심을 열어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1957년경부터 국내 각 지역에 소재한 미군 주둔지 주변의 기지촌에서 미군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해왔다. 국가는 1950년대부터 미군 위안시설을 지정하고 위안부를 집결시켜 이들에 대한 성병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기로 하는 등 기지촌의 형성 및 운영에 관여했다.
예를 들어, 미군 기지촌을 '특정 지역'으로 설치·관리하는가 하면, 공무원으로 하여금 기지촌 여성들을 대상으로 영어 회화 등을 교육하고 기지촌 여성들을 애국자로 지칭하면서 노후보장 등 혜택을 약속하기도 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에 원고들은 국가가 기지촌 조성을 비롯해 관리, 운영 및 성매매를 정당화하거나 조장해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인격권 및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14년 10월 소를 제기했다.
쟁점은 원고들의 주장대로 국가의 위법성과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하급심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는 국가가 조직적·폭력적 성병 관리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57명에 대해 500만원씩 총 2억8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는 국가가 기지촌 조성 등 관리와 함께 성매매 정당화를 조장했다는 주장까지 재판부가 수용했다. 이에 따라 배상 대상 원고가 늘었고, 배상 규모도 총 6억4700만원으로 증가했다. 또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인 장기소멸시효라는 국가의 항변에 대해서도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도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국가가 주도하여 미군 기지촌을 조정·관리·운영하고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정당화 내지 조장한 행위가 실정법을 위반하고 객관적 정당성을 결한 것으로 위법한 행위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위와 같은 행위가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하여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선언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