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기아 노조가 오는 13일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기아 노조 파업은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를 앞두고 수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자 업계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아 노조는 지난 11일 오후 2시 4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부분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는 필수·법정 근무자 등을 제외한 생산·일반특근을 전면 거부키로 하고, 오는 13일 2시간, 14일 4시간 파업을 결정했다. 노조는 또 5개 지회 천막투쟁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진=뉴스핌DB] |
◆ 평생사원증 혜택 놓고 노사 '팽팽'…勞 13~14일 부분파업
노측과 사측은 이른바 '평생사원증' 문제를 놓고 지난한 협상을 이어왔다. 사측은 임직원 퇴직 후 제공하던 '평생사원증' 제도를 축소하자는 입장인데 노조 반발이 거세다.
평생사원증은 장기근속자에 한해 퇴직 이후에도 기아 차량 구매시 격년 주기로 30%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사측은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퇴직를 대상으로 한 할인혜택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혜택 연령을 '평생'에서 '만 75세'로 하향조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사측은 변경안 시행 시점을 2026년으로 미루고, ▲하기 휴가비 인상 ▲임직원용 콘도(사계절휴양소) 구좌 확대 ▲주거지원금(주택자금 대출한도) 확대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추가 제시안 역시 거부한 상황이다.
기아자동차지부 소하지회는 지난 7일 13차 본교섭이 결렬된 후 "사측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집행부 총 사퇴를 각오로 강력한 투쟁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파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사측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만큼 총파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부분 파업 결정에 사측이 물밑 설득전에 나섰지만, 노조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저연차 직원들 '불편한 기류'도…업계선 '생산 차질' 우려
이번 파업 결정을 두고 노측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장기근속자의 복지 혜택 축소 문제가 주 쟁점인 만큼 저연차 직원들 사이에선 불편한 기류도 감지된다. 노조 구성원 중 중장년층·고연차 사원 비중이 큰 만큼 이들의 목소리가 노조 전체 입장을 좌우한다는 지적이다.
한 기아 관계자는 "퇴직자 혜택을 축소하고 지금 현재 근무하는 이들의 복지를 확대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협상 아니냐"며 "퇴직자 혜택을 축소하는 데 무작정 반대하기만 하니 협상 진전이 느린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는 "시니어 직원 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노조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며 "사측이 현 직원들을 위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오더라도 퇴직을 앞둔 시니어들의 성에 찰리 만무해보인다"고 했다.
이번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를 비롯한 차량 부품난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차 출고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 EV6 실적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EV6 출고 대기기간은 1년 2개월에 달한다. 지금 신차를 계약하면 내후년에나 받을 수 있다. 미국 IRA법 발효로 전기차 수출 실적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파업으로 생산 차질까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스포티지와 쏘렌토도 출고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상황. K5와 니로는 빨라도 내년 4월과 6월에 각각 출고된다.
또 다른 기아 관계자는 "협상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며 노사 갈등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내다봤다. 그는 "노조는 사측이 그간 가져온 추가 제시안이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입장"이라며 "사측이 전향적인 제시안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기아 노조 5차 쟁의대책위원회는 오는 25일 열린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