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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 지원책에도 증권사 자금난···"AA급 반도체기업에 조기상환' 요구"

기사등록 : 2022-10-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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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책 나온 23일, 증권사들 자금회수 나서
"5조 단비지만, 내년 중소형 증권사 디폴트 발생"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경기도 지역에서 반도체 부품소제를 생산하는 중견기업 최 모 대표는 주말에 증권사 대출 담당 임원한테 전화 한통을 받고 망연자실했다. 최 대표는 증권사 대출 담당자로부터 올해 1월 기업 대출을 받았던 320억원을 올해 말까지 조기 상환할 것을 요구 받았다. 최 대표는 "23일 일요일 저녁 늦게 대출 담당 임원이 연락을 해 만기가 2년이나 남은 대출금을 올해 말까지 상환할 수 있냐"며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라 자신들도 어쩔 수 없고, 만약 대출 상환이 힘들면 담보 리스트를 제출해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해 최 대표가 운용하는 기업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A 신용등급을 받은 후 금융권 대출이 수월하게 나왔다. 하지만 올해 2분기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국내 금리 인상과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리면서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증권사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회사채는 외면 받고 우량 기업에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금조달력이 약한 기업들에 대한 자금 압박은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2022.10.23 photo@newspim.com

◆ "회사채 줄고 기업 대출 늘었지만"...조기 상환 압박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회사채 발생액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5조3162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8조4950억원) 대비 3조1788억원(37%)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8조원대를 웃돌던 채권발행액은 7월부터 6조원대로 떨어지기 시작해 8월부터는 5조원대를 전전했다. 심지어 이달엔 최고신용등급(AAA급)인 한국전력공사 5%대 회사채 발행도 유찰됐다.

AA등급을 유지하고 기업들의 회사채 발생 실적 역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 진행한 기업들은 줄줄이 미매각 상황을 맞았다. 지난 19일 한온시스템이 3000억원 발행 목표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는 500억원의 자금만이 들어왔다.

같은 날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연이은 흥행을 기록했던 LG유플러스도 미매각 상황을 맞았다. 1500억원 규모 모집 목표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5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LG유플러스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상황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솔루션도 20일 1500억원 목표 수요예측에서 주문은 130억원에 그쳤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규모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다 발생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임원은 "연이은 금리 인상과 국고채로 분류되는 한전이 20조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생하면서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 발생이 여의치 않고 있다"며 "여기에 약 2000억원 규모의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2022.10.21 byhong@newspim.com

◆ 9조원 규모 만기 회사채…"3조원 턱없이 부족"

이는 회사채 시장이 흔들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8조 1219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내년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는 무려 69조9589억원에 이른다. 회사채는 만기 시 약속된 금액을 회사가 지불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한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채권시장 안정펀드 20조원과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16조원, 증권사 지원 3조 원 등 50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전체 지원금 금액 중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중소형 증권사에 지원한다. 증권금융은 증권담보대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필요하면 지원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이번 지원책에 전문가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말이 되면 자체 유동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증권사들이 속출할 수 있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3조원은 중소형 증권사들에게는 단비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추가적인 지원대책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역시 추가 지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단기자금시장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시급하지만, 정부는 무작정 유동성 확보만 신경쓰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ABCP에서 시작됐는데 그 피해는 중소형 증권사에 쏠리고 있지만 실직적인 지원책은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ymh753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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