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원자재값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건설업황이 악화되자 대형 건설사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원가 압박이 여전히 큰데다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비용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주택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든 것도 실적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택 매수심리 악화로 미분양이 확산하고 있어 지방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 실적 악화...전망치도 밑돌아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의 3분기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하며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537억원으로 전년동기(2204억원) 대비 30.2% 감소했다. 증권업계 추정치 1991억원과 비교하면 22.8% 부족한 실적이다.
GS건설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251억원으로 전년동기(1523억원) 대비 17.8% 줄었다. 이 또한 시장 전망치 1915억원을 34.7% 하회한 것이다.
같은 기간 DL이앤씨는 영업이익 1164억원으로 전년동기(2589억원) 대비 55% 급감했다. 부진한 실적을 감안해 예상치를 1440억원을 내렸지만 이보다도 23.7% 낮게 나왔다. 대형사 중에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대형 건설사의 실적 부진은 주택부문의 원가상승이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3분기 실적이 세부내역이 나오지 않았지만 원자재값 변동률을 보면 2분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2분기 주택건축 부문 매출액 대비 원가비율이 85.7%로 전년동기(80.2%) 대비 5.5%p(포인트) 상승했다. 대우건설은 주택건축 부문의 매출 원가율이 93.2%로 작년 80~85% 수준에서 크게 치솟았다. 원가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매출총이익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영업이익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원자재 매입가격이 많이 뛰었다. GS건설은 철근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서 매입하고 있다. 톤(t)당 가격은 108만5000원으로 1년전(84만5000원)과 비교해 28.4%, 시멘트는 t당 7만5000만원에서 9만2200원으로 22.9% 각각 상승했다. 레미콘과 전선, 플랜트 기자재 등 건설 원자재값이 모두 뛰었다. 현대건설은 철근 매입비용이 t당 77만6000원에서 104만8000원으로, 시멘트는 6만4500원에서 7만5650원으로 각각 늘었다. 원자재 비용 부담은 DL이앤씨와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현장 모습 pangbin@newspim.com |
◆ 우발부채 우려에 PF도 냉각...금융비용 증가 불가피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우발부채 우려에 확산하면서 건설사의 자금 유동성에도 부담이 커졌다.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인데다 금리인상에 이자부담도 적지 않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난항이 예상된다. 시행사 및 정비사업 조합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조달하기 어려워 통상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해 공사비를 마련한다. 문제는 우발채무 우려로 부동산 PF 대출이 쉽지 않은 데다 대출시 적용받는 이자도 치솟고 있다. 선순위 대출 금리가 연초 4% 수준에서 이달에는 10%대로 상승했다. 이들 자금을 직접적으로 건설사가 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행사가 파산 또는 자금난에 빠지면 지급보증을 한 건설사가 상당부분 떠안야 한다.
주택경기 침체도 악재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계약금과 중도금 유입이 원활치 않아 공사비를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건설업계의 우발부채 우려가 확산하면서 자금줄이 마른 상황에서 사업비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자재 상승분의 예정원가 조정으로 대형건설사 중 GS건설, 현대건설 등이 아쉬운 실적은 내놓았다"며 "현재 진행하는 사업 현장의 예정원가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건설사의 급격한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