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기소' 사건이자 수사 편의를 제공해 뇌물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형준(52·사법연수원 25기)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9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장검사와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검사 출신 박모(52·26기) 변호사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소한 첫 사례인 김형준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사부 부장검사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수수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09 kilroy023@newspim.com |
김 부장판사는 김 전 부장검사가 2016년 7~8월 박 변호사에게 1000만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뇌물이 아닌 차용금을 변제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무혐의 처분한 피고인들 간 다른 금전거래와 특별히 다르지 않다"며 "김형준 피고인이 1000만원을 반환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영득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김 전 부장검사가 같은 해 3~4월 박 변호사에게 수사 편의 제공을 대가로 술값 등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검사로서의 직무에 대한 대가로 제공받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공수처는 박 변호사가 김 전 부장검사에게 자신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는 취지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는데 이러한 청탁이 없었다고 본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김 전 부장검사가 해당 시기 박 변호사와 함께 술을 마시고 박 변호사가 술값을 내는 등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이는 평소 친분에 따른 것이지 직무상 대가관계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날 김 전 부장검사는 무죄 선고가 나오자 법정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에서 진실과 정의를 토대로 판단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간 조직에서 일을 하고 계신데 본인들의 정치적 논리에 따라 사실을 왜곡해 주장하고 수많은 증거를 제출했다"며 자신을 기소한 공수처를 비판했다.
변호인도 "이 사건은 서초동 자체가 검찰개혁을 외치던 2019년 11월 고발됐고 정치적 계산과 조직 논리에 의해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공수처의 무리한 기소, 검찰개혁의 희생양이 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공수처 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재판부 판단내용 중 법리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앞서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 재직 당시 옛 검찰 동료인 박 변호사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한 뒤 2016년 그 대가로 93만5000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고 1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월 경 박 변호사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합수단 조사를 받게 되자 후임 검사에게 박 변호사를 조사하도록 했고 사건은 이듬해 4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자신의 중·고교 동창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모 씨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다만 수사 무마 대가 부분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가 2019년 11월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각각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는 다시 시작됐고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 뒤 지난 3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