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횡령 범죄가 유죄로 확정돼 취업제한 상태에 있는 퇴임대표이사가 주주총회를 소집한 경우, 그 총회에서 이뤄진 결의는 무효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임시주주총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환송결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사의 대표이사였던 B씨는 지난 2014년 특정경제범죄법위반(횡령) 등으로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아 취업제한 상태에 있던 지난 2019년 이사회를 소집해 임원선출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그러자 A사의 주주였던 C는 소집권한이 없는 B가 이 사건 총회를 소집해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며 주주총회 결의에 대해 무효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처럼 B에게 이 사건 총회의 소집통지를 할 정당한 권한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총회결의의 취소사유에 해당할 정도의 하자이므로 그것만으로 이 사건 총회결의가 무효이거나 부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달리 이 사건 총회결의에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는 임원 선출 결의가 법령을 위반하고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주장할 뿐, 위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사실이나 법령에 대한 주장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에 의하면 5억원 이상의 사기, 횡령 등 특정경제법 제3조에 의해 가중처벌되는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각 호의 기간 동안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며 "이는 중요 경제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며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데 취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B의 유죄판결 범죄사실로 이득을 얻은 기업체에 해당하므로 B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의 기간 동안 피고에 취업할 수 없고 퇴임대표이사로서의 권리의무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은 "이 사건 총회는 적법한 소집권한이 없는 B가 이사회의 유효한 결의 없이 소집한 주주총회에 해당하므로 그 총회에서 이뤄진 이 사건 결의는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 판단에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제도와 주주총회 소집절차 및 결의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대법 판결은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취업제한 기간 중에 있는 이사 및 대표이사의 경우 퇴임이사 및 퇴임대표이사로서의 권리의무도 상실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최초 설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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