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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稅 폭탄터지면..."수십조 '토털리턴 ETF·채권투자' 막혀"

기사등록 : 2022-11-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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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이번엔 거래세·대주주 요건 두고 강대강 대치
시행 일 한달 앞인데 실무지침·세부 가이드라인 '부재'
"이대로면 세금폭탄...보완작업 통해 혼란 최소화 필요"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 국내 A대형 증권사 김모 PB(프라이빗뱅커) 담당자는 최근 초고액 고객으로부터 투자금 회수 시점에 대한 문의전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씨는 "정치권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를 놓고 강대강으로 대립하고 있지만 금투세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전혀없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며 "현 상태로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토털리턴(TR)형 상장지수펀드(ETF), 채권혼합형펀드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품들도 있는데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게 설명을 해줄 수가 없는 상황이다.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투세 2년 유예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지속되는 한편 시행 기일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유예안을 내놓은 정부는 시행을 전제로 한 금투세 실무 지침과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주지 않았고, 때문에 증권사와 운용사는 투자자들에게 상품에 적용될 세금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2.11.22 hkj77@hanmail.net

업계에서는 금투세 2년 유예안을 빠르게 확정지어 불확실성을 잠재워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금투세를 정교하게 보완하는 작업을 통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전날부터 정부 세제개편안을 포함한 법안 심사에서 금투세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양도 수익이 연 5000만원을 넘어설 경우 초과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투자자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금투세 시행일이 코앞으로 닥쳐오며 여야 합의 불발시 이대로 시행될 수 있다. 반면 현재까지 어떤 투자 상품에 금투세가 매겨질 지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 조차 마련되지 않아 각 개인이 투자한 상품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TF, 펀드, 채권 등에서 문제점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상품을 대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7조원의 시장 규모를 지닌 TR ETF의 존립근거가 사라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TR ETF는 분배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지수에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상품으로 장기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상품이다. 하지만 금투세의 '모든 집합투자기구는 매년 결산·분배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TR ETF도 매년 분배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매해 분배금을 지급하는 PR ETF와 TR ETF는 타깃이 다르다"면서 "배당소득을 통해 캐시 플로어를 맞추려는 투자자들은 PR ETF 상품를, 장기투자로 복리효과를 누리려는 젊은 투자자들은 TR ETF를 선택해 왔는데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그 구분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상품의 유형이 있는데 현재의 방식은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좁히는 꼴"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장기투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추세인데 이 부분에서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권의 경우도 현재는 매매차익은 비과세, 이자소득세만 납부하는데 매매차익이 과세 대상으로 변경된다. 또한 해외주식, 해외상장 ETF, 국내 기타 ETF와 합산해 250만원 기본 공제후 초과분에 대해 22%가 부과되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이 큰폭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증시 부진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으로 눈을 돌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초 기준 순매수액이 17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한해 순매수액 4조5000억원을 3.7배 넘어섰는데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증권펀드는 위 사례들과 같은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다.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펀드의 경우 주식과 채권의 비율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주식은 최대 5000만원, 채권은 250만원이 비과세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구분하고, 세금을 적용할지를 세부규칙을 정해야 하는데 아직 이런 논의가 없는 상태다.

운용업계 다른 관계자는 "주식과 채권의 변동성이 있지만 기간을 산출하고, 주식·채권의 각 배당수익, 매매차익 등을 구분할 수 있지만 이를 전산화시키고, 개인소득을 분류할 때까지 증권사에서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혼합형에 대해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에 속한 주식과 채권 비율에 따라 소득에서 떼거나 상품별로 정확한 비율을 산출해서 세금을 물리거나 등 적용 가능한 여러 방법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논의가 아직 안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의 과세 대상이 아닌데 현재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정부가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약 15만명으로 전체 주식 투자자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투세가 투자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 개편 작업인 만큼 철저한 준비를 통해 혼란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 투자는 큰 소득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부분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금투세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투세 도입은 세금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이라면서 "정치권에서 2년 유예를 조속히 확정하고, 정부와 업계에서 세밀한 보완작업을 통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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