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정부가 지난 18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제안한 가운데 미 유엔 대표부는 조만간 성명 초안에 대한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각) 밝혔다.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대변인은 대북 의장성명과 관련한 미국의소리(VOA) 방송 질의에 "미국의 의장성명 초안이 곧 안보리와 공유될 것이고 협상이 뒤따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1일(현지시각)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2022.02.21 [사진=로이터 뉴스핌] |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전날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최근 ICBM 발사 문제 논의를 위해 개최한 공개회의에서 "미국은 안보리 의장성명을 제안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추가 논의 없이 회의가 종료되면서 어떤 방식으로 의장성명이 추진될지에 관심이 쏠렸는데, 미국이 성명 초안을 작성해 다른 이사국들과 논의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이 확인된 것이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8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최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2012년엔 북한의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3호' 발사를 의장 명의로 규탄했으며, 2010년과 2009년엔 천안함 폭침과 '광명성 2호' 발사 등에 각각 의장성명을 냈다.
의장성명은 언론성명보다는 수위가 높은 대응으로 인식되지만, 두 성명 모두 강제력을 갖는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의장성명은 상임이사국 반대 없이 전체 이사국 중 과반이 찬성해야 채택될 수 있다. 과거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의장성명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국이 주도하는 이번 의장성명에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관건이다.
미국은 지난 3월 북한 ICBM 발사에 대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고 초안을 작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5월 실시된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새 대북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을 제안한 사실을 공개했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당시 의장성명을 제안한 중국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상황을 만들어 중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전날 회의에서 "안보리는 지난 5월 표결에 부친 것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추구해야 하지만, 한 걸음 진전한다는 차원에서 3월 24일 감행된 북한의 ICBM 발사에 '의장성명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밝힌 다른 이사국의 주장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