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예고한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3.75%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잡혔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초에 1~2차례 더 인상한다고 예상하고 있다.
24일 채권·외환시장 전문가와 경제학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3.7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들보다 시장에서는 최종금리 수준을 다소 높게 잡고 있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이 보는 최종금리 수준은 3.5% 중심으로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3.5% 3명, 3.25% 1명, 3.5~3.75% 2명 등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이날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0.25%포인트 올렸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과와 관계없이 최종금리는 3.75%까지 올라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프랑스 최대 은행 그룹인 BNP파리바도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 정책 금리 전망을 3.75%로 유지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22.11.24 photo@newspim.com |
금융시장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상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째 5%를 넘고 있다. 특히 유가와 곡물가 등 공급 변수를 제거하고 수요에 의한 물가 상승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4%를 넘나들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기준금리 25bp(1bp=0.01%포인트)씩 2회 추가 인상을 전망하며 최종금리는 3.75%로 전망한다"며 "목표치를 내년에도 상회하는 물가 수준으로 인해 곧바로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기료 인상 억누른 한국전력, 금리·물가 변수로 떠올라
한은이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은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을 당초 3.7%에서 3.6%로 내렸다. 0.1%포인트 하향했지만 여전히 한은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웃돈다. 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눠서 보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4.2%, 3.6%다.
이창용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물가 및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로 한국전력공사(한전)를 꼽고 있다.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한전이 전기료 인상에 나서는 등 공공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더욱이 한전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내년에도 한전채 대규모 발행에 나서면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며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자금시장 안정에 무게를 둘 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전기료를 억눌러 한전이 적자를 보면서 물가 인상 요인을 2~3%포인트 흡수했으나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며 "우리나라도 전기료에 따라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준경 교수는 "미국 인플레이션도 한 달 데이터가 예상보다 낮은 것이지 확실히 안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보면 국내 최종금리가 3.5%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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