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신호가 나오며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통방)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통방을 열지 않은 6월과 9월을 빼고 4월부터 이달까지 6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앞서 한은은 지난 1월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2월에는 동결했다. 올해만 기준금리를 7차례 올린 것이다.
오는 12월에는 통방이 열리지 않으므로 연말 기준금리는 연 3.25%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올해 초 1.0%였던 기준금리는 연말 3.25%로 1년 사이에 2.25%포인트 뛰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배경에는 5%가 넘는 물가 상승률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7%를 기록했다. 유가 등 공급 변수를 빼고 수요에 의한 물가 상승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지난달 4.2% 올랐다. 소비자가 1년 후 예상하는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달 4.2%를 기록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022.11.24 ace@newspim.com |
한은은 다만 지난달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이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했다. 연준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자 한은도 숨을 고른 것이다. 연준이 23일(현지시각) 공개한 11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록을 보면 연준 다수 위원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결정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던 원/달러 환율이 다소 떨어졌다는 점도 한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춘 배경으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 치솟을 때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려 원화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여야 한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초중반으로 내려오며 한은 부담이 줄었다.
회사채 등 국내 자금시장 불안이 이어진다는 점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한 배경이다. 강원도발 레고랜드 지급 보증 거부 사태가 자금시장 불안 도화선이 됐지만 근본적으로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부작용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자체는 유효하고 통화당국 역시 물가안정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물가 정점에 대한 기대 역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여전채 조달 등 국내 단기 및 신용 시장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금통위 결정은 시장 다수 예상에 부합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0명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한은은 이날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2.1%에서 1.7%로 내렸다.
한편 이창용 총재는 이날 오전 11시10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배경과 만장일치 여부 등 금통위 논의 결과를 설명한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