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실수입(노동력 상실로 잃은 수입)을 산정할 때 매년 정기적으로 지급받은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는 소득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스키장에서 충돌사고를 당한 A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강원도 평창군 소재 한 스키장의 초급슬로프에서 후배에게 스노우보드 강습을 해주며 내려오던 B씨와 충돌해 약 6주 이상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해를 입었다.
B씨는 일상생활 중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장해 및 재물의 손해를 입힌 경우 법률상 배상책임액을 1억원 한도로 실손보상하는 현대해상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이에 A씨는 현대해상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구체적으로 "B는 스키장 슬로프에서 활강할 때 전방 좌우를 주시하면서 다른 사람과 충돌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방향전환을 하다가 원고와 충돌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며 "B를 피보험자로 한 일상생활 배상책임에 관한 보험자인 피고는 이 사고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가입금액의 한도 내에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사자들의 사고발생 경위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증거가 없는 점 ▲이 사건 슬로프는 초급자용으로 B가 방향전환하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점 ▲원고는 B의 뒤쪽에서 내려오던 중이었으므로 B의 진행방향이나 속도 등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B의 주의의무 위반보다 원고의 전방주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과실이 더 커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B의 책임은 3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월 평균 급여액을 토대로 일실수입과 일실퇴직금을 산정하고 치료비, 위자료 등을 합해 피고로 하여금 원고에게 총 4600만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 중 원고의 월 평균 급여액 산정 부분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파기환송 결정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타인의 불법행위로 신체적 장해가 발생한 경우 일실수입의 산정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당시 피해자의 실제 수입이 손해액 산정의 기초가 되며,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이나 통상임금은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볼 수 없다.
이에 원심은 "원고의 소득액 중 성과 인센티브와 목표 인센티브는 매년 지급률이 같다고 볼 수 없고, 지급사유의 발생이 불확정적이며 원고가 매년 일정한 금액의 성과 인센티브 및 목표 인센티브를 받아왔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를 제외한 금액을 월 평균 수입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는 2008년 입사하여 2012년 상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매년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를 지급받았다"며 "또한 원고가 재직 중인 사업장의 직원급여규정 내용,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의 지급일·산정기준·지급실태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사고 이후에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각 인센티브를 계속해서 지급받았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가 원고의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급여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일실수입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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