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이른바 '사상성이 없는' 이름을 예시하면서 주민들에게 강제로 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자유아시아방송(RFA)는 28일(현지 시간) "북한 당국이 주민에게 이름을 정치적으로 고려해 지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한국식이나 중국식, 일본식 등 이색적인 이름을 전부 '혁명적으로 고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지난달 평양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학생들. [사진= 조선중앙통신] 2022.11.29 yjlee@newspim.com |
이 방송에 따르면 함북의 한 주민은 "요즘 당국이 주민들에게 사상성이 없는 주민들의 이름을 사법기관에 찾아가 바꿀 것을 지시했다"며 "개인의 이름을 국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바꾸라고 강제하는 것이어서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이 집권한 직후 주민 가운데 '정은'이란 이름을 쓰는 경우 강제로 바꾸도록 했다는 얘기는 나왔지만, 일반적인 이름에 대해 개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북 소식통은 "요즘은 보다 부르기 쉽고 희망을 담은 '아리'와 '소라' '수미' '가희' 등의 이름들이 늘고 있다"면서 "그런데 당국에서는 이런 받침이 없이 단순하게 지은 이름은 반 사회주의적이고 사대주의적이라며 빠른 시일에 이름을 고칠 것을 지시했다"고 RFA에 전했다.
소식통은 또 "반(反)사회주의식 이름을 즉시 바꾸라는 사법당국의 지시는 지난 10월부터 매번 주민회의 때마다 강조되고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받침이 없이 지은 이름들은 다 정치적 내용을 담아서 혁명적으로 바꿀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북한의 대표적 산부인과 병원인 평양산원에서 530번째로 태어난 세쌍둥이가 15일 퇴원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2022.09.16 yjlee@newspim.com |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인 1990년대 말부터 체제결속 차원에서 정치색이 강한 이름을 지을 것을 강조하면서 극단적 사례를 관영매체로 잇달아 보도한 바 있다.
예를 들면 '수령을 보위하기 위한 총폭탄이 되겠다'는 의미로 세쌍둥이의 이름을 '총◯', '폭◯', '탄◯' 식으로 짓거나 일심단결, 결사옹위에서 따서 네쌍둥이의 작명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김정은 등장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자주 접한 '남조선식 이름'을 자녀에게 쓰는 일이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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