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맡고 있는 시설유지보수 업무를 국가철도공단을 비롯한 다른 기관으로 넘기는 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철도노조의 방해로 파행을 겪었다.
철도노조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주최한 '철도시설유지보수 정책토론회'에서 "법안을 철회하라"며 30분 간 토론회를 저지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주최한 '철도시설유지보수 정책토론회'에서 토론회를 중단하라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
철도노조가 "조응천 의원은 철도 민영화를 위한 법 개정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반복하면서 토론회가 열리지 못했다. 조응천 의원실은 30분 뒤 토론회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결국 비공개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공개 논의는 불가능해졌다. 공개 토론회가 취소되면서 예정돼 있던 국회방송의 녹화중계도 진행되지 못했다.
공개 토론회를 통해 단순히 법 개정이 아니라 시설유지를 비롯한 철도안전 전반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했다는 게 조응천 의원실의 설명이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토론회 비공개 전환을 알리며 "철도산업발전법 개정만이 문제였다면 (토론회 없이) 법안을 발의해서 심의하고 통과시키면 간단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토론회를 듣고 논의하는 기회를 만든 것은 단순히 입법 외 더 많은 이슈가 포함돼 있고 철도 안전 관련 유지보수를 뛰어넘는 더 큰 이슈가 있어 다양한 의견수렴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며 "공개 토론이 불가능한 것으로 발제자와 토론자를 별도로 모셔 비공개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개최 자체를 반대했던 철도노조는 "비공개 전환은 야합"이라며 토론회를 개최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토론회는 철도산업기본법 38조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추진됐다. '철도시설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38조를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골자다.
이날 발제를 맡은 권경현 법무법인 진운 대표는 SR을 비롯해 철도 운영주체가 다양해진 산업환경에서 유지보수를 철도공사에만 위톡하도록 제한한 현행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운 대표는 발제문을 통해 "진접선, 인천공항철도, T2 연결선 등 동일 노선에서 시설관리자, 운영자, 유지보수 시행주체 등이 역할에 여러 주체가 업무를 분담해 비효율적 체계가 형성됐다"며 "일부 민자사업 연계구간은 유지보수 일원성 확보를 위해 유지보수를 재위탁하고 있어 환경 변화를 반영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지보수 업무는 시설관리자의 업무지만 현재는 철도공사 위탁 시행이 불가피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며 "유지보수 업무를 일원화해 안정적인 시설관리 기반을 마련하고 국가 책임의 공적 시설관리 체계를 완성해야 철도 위험도를 낮추고 위기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주최한 '철도시설유지보수 정책토론회'에서 토론회를 중단하라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도 철도시설 유지보수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서광석 전 한국교통대 교수는 "2004년 철도산업구조개혁 당시 시설과 운영을 애매하게 구분해 타협하고 특히 노조 문제로 인력을 배분해 7000명 이상의 시설유지보수 인력 코레일이 담당하되 관련 비용은 국가철도공단으로 배정해 불안정한 구조개혁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설유지보수는 수익성이 없어 코레일 경영개선과 거리가 있고 파업 등에서 힘을 발휘하는 조직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며 "상하분리 원칙에 따라 시설관리자는 유지보수를 선진화하고 운영자는 운영사업에 집중해 상하분리 원칙에 맞는 역할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현행 철도공사의 철도시설 유지보수 독점으로 인한 폐해는 불명확하고 비효율 구조를 초래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면서도 "현행법은 시설관인 철도공단이 시설물관리업무에서 배제되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관련 규정을 삭제해 유지보수 분야에서 경쟁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철도노조는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앞서 조응천 의원실에 공개서한을 보내 "철산법 38조는 철도민영화의 폭주 속에 무너질 뻔했던 철도안전체계를 지탱해왔던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철도는 시설과 열차 운행이 긴밀하게 결합돼 있는 네트워크 산업인 만큼 단서조항 삭제 시도를 철회한 다음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