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상출집단)의 총수익스와프(Total Return Swap‧TRS) 거래규모가 늘고 있다고 판단하고 향후 추이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주식, 채권, 수익증권 등 기초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상호교환하는 파생상품인 TRS 거래가 대기업의 계열사 채무보증 우회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상출집단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TRS는 채무보증과 유사한 성격을 보이면서도 형식적으로는 채무보증이 아니어서 대기업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 현대차 순환출자·아시아나항공 상호출자 해소에 활용됐던 TRS
7일 공정위에 따르면 TRS는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채권, 수익증권 등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을 매도자에게 양도하고 그 대가로 고정수수료를 이자식으로 받는 거래다. 이 과정에서 주식의 경우 의결권, 배당권 등 모든 권리가 투자자에게 양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TRS 거래는 지난 2016년 2월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에 따라 강화된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활용됐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 보유 주식 약 880만주(6.61%)를 TRS 방식으로 NH투자증권에 매각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3년간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과 손실은 현대차그룹으로 이전하고 NH투자증권은 3년 뒤 현대제철 주식을 처분해 손익을 정산하는 구조였다.
이 때 새로운 기법의 TRS 거래를 주식의 소유권이 실질적으로 넘어가는 '진성매각(True Sale)'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일부 논란이 있어 공정위가 이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4년에도 아시아나항공이 상호출자 해소를 위해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주식을 TRS 방식으로 대신증권에 매각하면서 TRS 거래 방식이 관심을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TRS 거래를 진성매각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리고 아시아나항공의 상호출자 해소를 인정했다.
◆ TRS 공시 되지만 거래규모 커 감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공정위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상출집단으로 지정된 47개 그룹 소속회사가 최근 5년간(2018~2022년) 체결한 TRS 거래규모는 총 6조1070억원이다. 10개 그룹의 18개 회사가 총 54건의 TRS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 간 거래금액은 3조5333억원(57.9%)으로, 대부분 공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정위는 계열사 간 TRS 거래규모가 상당히 큰 것으로 파악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핵심은 TRS 거래로 사실상 채무보증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화물연대 현장조사 방해행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정위 제공] = 2022.12.05 dream78@newspim.com |
TRS 거래의 당사자는 크게 기초자산 발행자와 금융기관, 총수익매수자로 나뉜다. A기업(기초자산 발행자)은 기초자산(주식, 채권, 수익증권 등)을 발행해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SPC‧특수목적회사 포함)에서 돈을 빌리고, 금융기관은 A기업의 기초자산 가치에 대한 위험을 이전하기 위해 일반투자자인 B기업(총수익매수자)과 기초자산에 대한 TRS 정산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리고 B회사는 만기일에 기초자산의 가치가 보장금액보다 상승하면 수익은 가져가고 하락하면 손실을 보장하는 형태다.
이 때 A회사가 신용이 낮거나 부실한 기초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경우 B회사가 기초자산에 대한 가치를 TRS 계약을 통해 보장해주면 신용보강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사실상 채무보증과 유사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TRS는 거래 양태가 굉장히 복잡하고 쉽게 알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추가적인 모니터링과 스터디를 해야 한다"면서 "이후 (TRS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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