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정아 기자 = 국내 채권시장에 온기가 퍼지는 가운데 연말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대규모 만기도래가 예정돼 있어 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기도래액이 통상적 규모라 신용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예상하면서도 국내외 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시장금리의 변동성 확대 위험이 남아있어 채권시장 정상화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 진단했다.
채권시장은 국고채 금리가 안정을 찾고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수요예측이 잇따라 흥행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SK텔레콤(AAA)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의 8배인 1조9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초우량 신용등급(AAA)임에도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시장 내 투자수요를 흡수했던 한전채도 2주 전까지 6%에 육박했던 금리가 8일 오전 기준 5.222%로 내려오며 개선됐다.
단기자금시장 역시 정부의 유동성 지원과 크레딧시장의 회복으로 소폭 완화됐다. 단기자금시장 바로미터인 CP금리는 5거래일 연속 5.54%로 상승세가 꺾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1~2주 사이에 정부 시장안정화조치 등의 영향으로 CP발행이 전혀 안 되다가 되면서 단기자금시장이 전보다 많이 해소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이 정부의 유동성 지원 영향으로 회복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 이후에도 안정세를 이어갈지에 대해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의 정책 대응이 1분기 중 종료될 예정인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크레딧물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말 증권사 CP와 PF-ABCP가 각각 15조7000억원, 17조2000억원이 만기도래 예정인 것도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은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자금 수급 악화 등의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증권사 CP와 PF-ABCP 등이 대규모 만기도래 예정이라 원활한 차환 여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시장참여자들은 연말 CP 차환과 같이 알려진 악재는 방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밀착 모니터링 중이고 증권사가 일부는 차환하고 떠안을 수 있는 상황이라 크게 유동성 경색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자료=유안타증권] |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PF-ABCP는 차환을 통해 만기가 짧게 돌아가는데 통상적인 만기액 수준이라 정부의 유동성 지원을 고려하면 큰 크레딧 이벤트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금리‧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금리는 2023년 금리인하까지 반영하면서 하락하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과도하다"며 "금리인하가 통화정책의 완화가 아닌 긴축 정도의 축소라는 점을 시장이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의 안정적인 연착륙이 되기 전인 지금, 최근 국내외 채권시장이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을 다소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며 "향후 시장 금리 변동성 확대의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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