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불법구금·고문당한 이집트인과 그의 가족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A씨 등 이집트 국적의 원고들이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불인정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A씨는 지난 2011년경 이집트의 민주화를 위한 시위에 참여했고 2013년부터 2014년까지는 이집트 대통령의 쿠데타를 반대하는 시위 등에 참여했다. 2017년 이집트 안보국 요원들에게 체포돼 불법감금·고문을 당한 A씨는 보석 보증금을 납입한 뒤 석방됐다. 이후 A씨는 가족들과 함께 이집트를 출국했다.
A씨는 2018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에게 난민인정신청을 했으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은 A씨의 상황이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민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씨는 2019년 법무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당했고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고가 이집트로 돌아갈 경우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을 것이라고 우려할만한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인정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구체적으로 "원고는 자신의 체포 및 구금사실 등을 입증하기 위해 미결구금명령서, 경찰 및 검찰조사록, 보증금 납입증명서를 제출했다"며 "법원의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당사자 신문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위 증거들의 진정성립이 인정되고 위조됐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의 시위 참여 사실, 체포돼 장기간 불법적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을 동반한 조사를 받은 사실, 거짓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 등에 관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이상 출국경위에 대한 진술이 다소 일관되지 못하다거나 형사사건 진행경과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 진술의 전체적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집트로 돌아갈 경우 이집트 정부로부터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원고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A씨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가족결합의 원칙'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족은 사회의 기본적인 단위 집단으로서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으므로 부부 중 1인이 난민인정의 요건을 충족하면 그 부양가족으로서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에게도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며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서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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