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랭했던 회사채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고 있다. 지난달 말 하이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모처럼 발행 시장이 북적이는 분위기다. SK, SK텔레콤이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투심에 불을 붙인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회사채로 무난하게 자금조달에 성공할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3년물 선순위채권 200억원을 금리 5.449%에 발행했다. 자금조달을 위해 지난달 발행했던 전자단기사채 200억원(이자율 5.51%)을 상환할 목적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이달 중으로 예정된 미래에셋증권의 회사채 발행액은 총 400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튿날 200억원을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민평금리 대비 5bp(bp: 0.01%포인트) 낮은 금리로 회사채 모집을 완료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지난주 총 1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채권 모집을 완료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전에는 단기물 위주로 자금 조달을 해왔는데, 지난 2년 간 시장이 계속 다변화고 있어서 만일에 대비해 CP(기업어음)도 늘리고 회사채 발행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년물과 3년물과 각각 500억원씩 발행 예정인데, 발행금리는 12일 종가 기준 기업 민평금리 대비 5bp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월 이후 6개월 만에, 신한투자증권은 8월 이후 4개월 만에 회사채 시장을 다시 찾았다. 하반기 들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불안이 커진데다 레고랜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미상환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이 얼어붙자 눈치를 살피던 증권사들이 다시 회사채 시장을 자금조달 루트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증권사 발행 채권이 일명 '언더발행'에 연이어 성공한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 증권사 가운데 민평금리 대비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에 성공한 사례는 지난 6월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했다. 지난달 29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하이투자증권의 무보증사채 발행금리도 기업 민평금리 대비 높은 수준에 형성됐다.
이는 회사채 시장이 다소 회복회자 우량 등급 회사채에 대한 안정성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SK는 2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8600억원 규모의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뒤이어 수요예측을 진행한 SK텔레콤은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했는데, 1조9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특히 장기물에 해당하는 5년물, 10년물 채권 역시 경쟁률이 각각 10.75대 1, 7.75대 1에 달했다. 발행금리는 민평금리 대비 38~52bp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채권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며 공사, 은행채로 시작됐던 크레딧 강세전환이 여타 섹터로 확산되고 있다"며 "국채금리 급락과 높아진 신용스프레드에 따른 캐리매력, 단기자금시장의 진정세, 크레딧채권 매수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 등이 크레딧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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