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금 순환 속도가 올들어 크게 악화됐다. 경기 위축에 따른 재고 부담과 함께 다양한 요인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2일 양사의 사업보고서(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두 회사의 3분기 기준 현금전환주기(CCC)는 작년말에 비해 크게 길어졌다. CCC는 기업이 원재료를 구입해 제품을 제조한 뒤 이를 팔아 현금이 들어오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CCC가 짧을수록 운전자본 소요액이 감소하고 차입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삼성전자의 3분기 기준 CCC는 119.47일로 작년말 101.88일보다 약 18일 늘었다. 돈을 들여 제품을 생산하고 이 제품을 팔아 돈을 버는 기간이 작년에는 101~102일 걸렸다면, 올해는 120일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기준 CCC는 188.41일로 작년말(152.01일)보다 36일 이상 길어졌다. 작년에 비해 올해 돈을 회수하는 기간이 한달 이상 더 걸린 것이다.
이처럼 두 회사의 CCC 증가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에 따른 재고자산 회전이 더뎌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CCC는 재고자산회전일수와 매출채권회전일수를 더한 것에서 매입채무 회전일수를 뺀 수치다. 즉 재고자산회전일수가 길어지면 CCC 역시 길어지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재고자산회전일수가 작년말 80.53일에서 올 3분기 95.27일로 보름 정도 늘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14.25일에서 150.95일로 한달 이상 길어졌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전방산업의 투자가 주춤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꺾여 재고가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4분기 역시 업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내년에도 여전히 불확실하게 보고 있다. 즉 두 회사의 CCC가 단기에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은 금리 인상의 누적적 효과로 인한 수요 둔화와 메모리 재고 조정으로 반도체 기업 실적의 추가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다만 시장은 이미 2023년 수요 둔화와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메모리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재고 부담이 과연 의미있게 줄어들어 2024년에는 실적이 회복할 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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