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소속 가수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연습생 출신 제보자에게 진술번복을 강요하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언행은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사건 공소사실인 보복협박이나 강요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공포심으로 의사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진술번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진술번복을 설득·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해악을 고지해 협박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체포 직후에 조사받을 당시만 해도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하도록 보이지 않는 종용을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다가 공익신고 이후에는 '너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표현을 바꿨다"며 "수사단계에서 자극적인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특정한 방향으로 진술을 유도한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피해자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진술을 했다"며 "진술 변화가 생긴 납득할 만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 이상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인정했다.
또한 "피해자는 진술번복 이후에 지속적으로 사례를 요구하고 구체적으로 5억원 등을 제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협박죄 법리에 비춰보면 대가에 부응하는 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의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정도로 제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2.12.22 mironj19@newspim.com |
선고가 끝난 직후 취재진을 만난 양 전 대표는 "재판부의 판결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는 이제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양 전 대표는 비아이의 마약 투약 의혹을 고발한 가수 연습생 출신 제보자 한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진술번복을 종용하며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씨는 지난 2016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투약 정황을 진술했다가 번복했다.
지난 4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씨는 양 전 대표에게 "너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며 진술 번복을 강요받고 "여기서 이 사람 말을 안들으면 나는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양 전 대표는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해왔다. 진술을 번복하면 사례를 해주겠다고 한 부분 역시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한씨가 먼저 진술 번복의 대가로 금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대형 연예기획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피고인이 만 20세 나이의 연예인 지망생을 야간에 개인 사무실로 불러 비아이에 대한 진술번복을 요구한 상황은 피해자로 하여금 상당한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범행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면서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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