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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태광그룹...잃어버린 10년 되찾나

기사등록 : 2022-12-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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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32년까지 제조·금융·서비스 부문에 12조 투자
10여 년간 신규 투자 1건...올 3·4분기 영업익 마이너스
3분기 481억원 영업손실 기록...2분기 79억원에서 6배 ↑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태광그룹이 10년간 총 12조원의 대규모 투자에 나선 가운데 이를 보는 업계 시선이 엇갈린다. 흥국생명 콜옵션(영구채 조기상환권) 미행사 결정 번복으로 자본시장을 들쑤신 데다, 영업이익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저조한 분기 실적을 기록하면서다.

◆ 12조 투자계획에 업계 '냉담'..."기업 설명회 개최 촉구"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 호조에도 불구하고 태광그룹의 주력계열사이자 대표적인 섬유·화학 기업인 태광산업의 영업이익이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폭도 분기별로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태광산업은 연결기준 79억원의 적자를 냈다. 태광산업이 분기 기준으로 영업손실을 낸 건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3분기에도 4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손실 폭이 6배 더 커졌다. 1000억원을 넘나들었던 태광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부터 37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CI [사진=태광산업]

앞서 태광그룹은 2032년까지 석유화학 부분엔 6조, 섬유부문은 약 4조원 ,금융과 미디어 부분엔 2조원 등 총 12조원을 투자한다고 19일 밝혔다.

우수 인재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을 위해 전 계열사에 걸쳐 약 7000명도 신규 채용할 방침이다. 태광산업은 '장래사업ㆍ경영계획'으로 이를 공시했다.

태광그룹은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차갑다. 이호진 전 회장이 횡령과 배임 등에 휘말렸던 2012년 이후 눈에 띄는 신규 투자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5월부터 울산에 있는 전기차 타이어용 아라미드 공장 증설에 1450억원을 투자한 사례 외에는 2012년 이후 신규시설투자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라미드는 자동차 부품·5G 광케이블·방탄·우주 항공 소재에 널리 쓰이는 섬유 소재다.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1일 최근 태광그룹이 발표한 대규모 투자계획과 관련, 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열어 계획의 진정성을 입증할 것을 촉구했다.

태광산업 지분 5.8%를 보유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2021년 5월과 2022년 5월에도 이미 비슷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질적인 투자는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광산업은 최근 4000억원에 달하는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했는데 태광산업의 풍부한 재무적 여력을 감안하더라도 10년간 10조원이라는 투자 자금의 규모와 기간을 고려했을 때 흥국생명 증자 참여와 대규모 투자 두 안건을 모두 실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꼬집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투자계획의 진정성이 있다면 주주와 투자자의 신뢰 확보를 위해 투자자 대상으로 설명회를 2023년 1월 19일까지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 또 설명회 여부를 오는 29일까지 공시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개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 기업 설명회 '깜깜'...총수 사면복권에 앞서 '선심성 투자' 의심 눈초리도

태광산업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251억원이다. 투자 계획대로라면 연간 1조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데 현재 회사의 재무상태로는 불가능해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광 관계자는 "아직 세부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는 시점으로, 기업 설명회 개최를 내부적으로 이야기 중으로 주주서한이나 공개 설명회를 여는 등 타협점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태광산업 석유화학 3공장 전경. [사진=태광산업]

채용 인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현재 태광 계열사 전체 인원은 약 7000명인데, 10년간 전체 인원에 준하는 인원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조직 개편으로 줄어든 인원도 있고, 이호진 사장 재직 시절 1만2000여 명까지 채용한 전례도 있다"며 "신사업과 연구 개발 측면에서 인원 보강을 염두에 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가진 자금 외에도 경기상황에 따라 융자를 받는 안도 있다"며 "개별 투자 집행을 할 때는 지분을 매각하거나 부동산 등 자본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연말 그룹 총수의 사면복권에 앞서 '선심성 투자'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호진 전 회장은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지만 특정경제범죄법상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고 있어 복권되지 않으면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투자계획은 이호진 전 회장의 사면 복권과 별개의 사안"이라며 "향후 10년간 집행하는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주력사업 강화, 기술 혁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aaa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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