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수산물 유통업자들에게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중개한 이들이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이는 국세청 소속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범칙혐의자 심문조서는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조서와 동일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의 첫 판단이기도 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수산물을 공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수산물 유통업자들에게 수십억원에 달하는 허위 계산서를 발급해주고, 세무대리인으로 하여금 거짓으로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기재해 정부에 허위 제출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다수 거래와 관련해 공급가액 산출의 근거가 되는 회계장부나 거래명세표 등을 제출하지 못했다"며 "실거래를 주장하는 매출처들도 국세청 조사 때부터 공판 단계에 이르기까지 거래사실을 뒷받침하는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위 계산서 발급 및 계산서 합계표 거짓 기재·제출 범행은 국가의 조세징수 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범죄"라며 "더구나 피고인 A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데다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2년에 벌금 14억5000만원형을 선고했다.
B에 대해서도 "A와 공모하여 허위 계산서를 발급했으며 심지어 A보다 적극적으로 범죄를 실행해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B에게는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A와 마찬가지로 징역 2년에 벌금 14억5000만원형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1심 재판부가 유죄의 증거로 인정한 '국세청 소속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범칙혐의자 심문조서'는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간과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은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범칙혐의자 심문조서가 형사소송법상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그러나 세무공무원이 혐의자에 대해 하는 심문은 강제조사가 아니고 세무행정상의 절차로서 광의의 세무조사에 속한다"며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다"며 양형부당에 대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조세범칙조사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이 혐의자 또는 참고인에 대해 심문한 내용을 기재한 조서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와 동일하게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능력의 존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 제313조에 따라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작성자의 진술에 따라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진 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범죄혐의자 심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한 데는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인들에게 각 징역 2년에 벌금 14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의 형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조세범칙조사의 법적성질이 형사절차가 아닌 행정절차임을 명시하고 이 과정에서 작성된 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기준이 형사소송법 제313조임을 명시한 최초의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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