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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尹대통령·김진표 의장, 중대선거구제 띄운 이유는…개혁 신호탄 될까

기사등록 : 2023-01-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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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소선거구제, 진영 양극화·갈등 깊어져"
김진표 "승자독식 패자전몰 선거제도 개선 시급"
국회 정개특위, 내주 본격 논의…입장차 줄인다
전문가 "거대 양당 표 분산되지만…통과는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계묘년을 맞아 국회의원 선거 제도와 관련해 '중대선거구제'를 이슈로 내던졌다. 여기에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하는 뜻을 내비치면서 정가의 이목이 쏠리는 형국이다.

국가 서열 1,2위가 연달아 내던진 중대선거구제는 한 지역에서 한 명의 의원을 뽑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선거구 범위를 넓히는 대신 2, 3등 후보까지 당선되는 제도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많은 의원을 뽑아 사표를 방지할 수 있고, 거대 정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으며, 무소속이나 군소 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주의' 타파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2, 3등 후보가 당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영남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호남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023년 제1회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1.02 photo@newspim.com

◆ 尹대통령, 신년사서 중대선거구제 화두로…김진표 의장도 화답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된 질문에 "워낙 폭발적이라 지금 이야기가 나오면 민생과 개혁 문제는 다 묻힐 것"이라면서도 "이제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지역 특성에 따란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정치 시작 전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던진 중대선거구제 개편 화두에 김진표 국회의장도 화답했다. 김 의장은 지난 2일 국회 시무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는 3월 중순까지 내년에 시행할 총선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그것을 본회의를 통해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해 7월 17일 제헌절 경축식에서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대표성과 비례성에 근거한 선거법 개정을 약속했다"며 "그러나 국민들에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 안에 선거법 개정을 이뤄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지난달 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남인숙 의원과 특위 위원들 공관에 초청해 만찬을 진행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총선 1년 전인 올해 4월까지 선거법 개정을 완료해야 한다며 다음 달까지 각 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이후 국회의원 전원위원회를 열어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여야도 중대선거구제 논의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선거법상 1년 전까지 선거구제를 확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올해 4월까지 어떤 방법으로 선거를 치를 것인지 정해져야 한다"며 "정개특위가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의장의 말씀으로 논의가 촉발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당내 의견이 어떻냐는 질문에 "아직 전혀 당내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상태"라며 "가까운 시일 내 정개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듣고 필요하다면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구제 문재는 근대 국가가 소위 직접 민주주의에 가하기 어려워서 간접 민주주의와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선출과 운영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당내 의견 수렴을 가급적 빠르게 하겠다"고 전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개인적 의견으로 최근 소선구제가 마치 승자독식인 것처럼 얘기하면서 그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 얘기가 나오는데, 그 자체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중대선거구제는 사실상 거대 정당들이 나눠먹기 하기에도 훨씬 편리한 제도다. 일본 사례를 보더라도 중대선거구제는 소위 거대 양당이 편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제도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꼭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제 하에서 중간 평가적인 성격이 총선"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피해가기 위해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2.12.16 leehs@newspim.com

◆ 국회 정개특위, 내주부터 선거법 개정 본격 논의…與野 입장 중요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화두로 던진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선거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여야 의원 다수가 이에 대한 찬성 의사를 밝힌 만큼 선거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방안으로는 대표적으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개방명부식 권역별 대선거구제 등이 있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농촌지역은 지금처럼 소선구제를 유지하되 도시지역은 중선거구제로 치르는 방식이다.

개방명부식 권역별 대선거구제는 소선거구 지역구제도는 폐지하고, 17개 시·도를 단위로 하는 권역에서 다수를 선출하는 대선거구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별지의 투표용지양식을 활용해 정당득표율에 따라 해당 권역의 정당별 의석수를 확정하고, 정당 내 당선자는 후보자 득표순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내주부터 회의를 열고 여야의 선거법 개정안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다만 중대선거구제 도입 방식을 놓고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국회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 소위원장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에는 각자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신년 인사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구제 개편은 국회의원 당사자들의 합의가 필요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특히 선거 1년 전 선거법 개정을 해야 하는 만큼 남은 시간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구제 개편이 이뤄질지는 정개특위 논의 결과를 봐야 한다.

조 의원은 남은 기간 동안 선거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논의를 해봐야 안다"며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법 개정에 대해 말씀을 하셨고 여야 다수 의원들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거법 개정) 가능성이 있지만, 최종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선 법안 심사도 해야 하고 여야가 각 당에서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왼쪽)·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2.12.13 leehs@newspim.com

◆ 전문가 "중대선거구제, 거대 양당표 분산 가능하지만…개편은 어려울 듯"

여야가 본격적으로 중대선거구제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실제로 선거법 개정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라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활성화시킨다는 차원에서 보면 분명히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여성들이 지역구에서 국회로 많이 진출한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다만 "지역 구도를 타파한다는 건 안 될 것이다. 또 군소 정당이 들어갈 수 있다는 해석도 쉽지 않다"라며 "선거법을 개정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국민들께) 새로운 기분을 줄 수는 있겠지만 결과는 잘 모르겠다"고 예측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할 경우 거대 양당에게 몰리는 표가분 분산되는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저를 포함한 많은 정치학자들이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얘기를 해왔는데, 우리나라 정당은 실질적으로 크게 두 개밖에 없지 않나. 또 화해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역사와 전통, 지역으로 경상도와 전라도로 이미 양분돼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고, 때리고, 밟기만 하는 시스템인데, 이건 정치가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두 정당만이 득세하는 소선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로 선거 제도를 개편할 경우 예를 들어 정의당이나 환경당, 청년당 등 표가 분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가에서는 중대선거구제로 선거 제도를 바꾼다고 해도, 위성정당이나 무소속 출마 등 꼼수로 인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완강히 거부했다. 그는 "그건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변명일 뿐"이라며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아주 무식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느 지역이든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은 최소 2명의 후보를 낼 것이다. 그런데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할 경우 표 분산을 막기 위해 특정 후보에게 신경을 쏟게 된다"라며 "한 지역에 4명의 후보가 출마하면 국민들도 특정 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을 것이다. 즉, 거대 양당이 아닌 새로운 교섭단체 정당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올해 4월까지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박 교수는 "선거법 개정은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아마 국민의힘 같은 경우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50석도 건지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교수는 "오히려 개방명부식 권역별 대선거구제로 개편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옛날에는 국회의원이 지역을 대표했지만, 지금은 시의원, 도의원, 구청장, 도지사까지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이 즐비하다"며 "지역구 의석을 줄일 수 없다면 비례대표를 100명까지 늘려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안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반대할 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taehun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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