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전통지나 손실보상 없이 땅 주인이 착오로 약 45년간 방치하고 있던 토지에 구룡산 예방사방사업을 시행한 서울 서초구에 국가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서초구를 상대로 낸 토지인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지난 1969년 서초구 염곡동 일대 토지를 매매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나 인접 토지를 자신이 매수한 토지로 오인하고 관리해왔다. 그는 2015년에야 오인 사실을 알게 됐는데 해당 토지는 방치되는 동안 서울도시계획시설인 대모산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고 서초구는 2012년 A씨 소유의 토지를 포함한 일대에 구룡산 예방사방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서초구는 2013년 A씨의 주소지로 발송한 사방사업 시행 알림 공문이 주소불명으로 반송됐는데도 관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별도의 고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방사업에 착수, A씨의 토지에 수목을 식재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2016년 3월 사방사업에 대한 손실보상을 신청했으나 거절되자 같은 해 9월 서초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주위적 청구로 식재한 수목을 원상회복해 토지를 인도하고 토지 무단점유·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주장했다. 또 예비적으로 협의나 의견진술 기회 부여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행위에 대해 토지 시가 상당액의 국가배상 책임을 물었다.
1·2심은 서초구가 사방사업을 시행하면서 사전통지 등 절차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하자가 중대·명백해 당연무효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서초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피고(서초구)가 사방사업 지정·고시 당시 원고(A씨)와 협의하거나 의견진술 기회를 주는 등 절차를 거쳤더라면 해당 토지가 사방사업으로 지정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관해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는 이상 절차상 하자와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원고가 사방사업법에 따라 손실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남아있는 이상 사방사업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이 제한되더라도 곧바로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서초구가 국가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서초구에 국가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피고는 등기사항 증명서에 기재된 주소지로 사방사업 실시에 대한 통지를 했고 송달불능이 되자 주소조회를 통한 추가 통지나 공고 등 절차를 취하지 않고 사업을 실시했다"며 "원고는 사업이 실시된 사실을 알지 못해 사방사업법이 정한 기간 내에 손실보상을 청구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의 행위는 사방사업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공익사업을 위해 사인의 토지를 소유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아 토지 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서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했다"며 "원심이 원고의 국가배상 청구에 대한 주장을 배척한 것에는 국가배상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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