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지난해 고금리 여파와 정부 규제로 금융권 대부분의 가계대출 규모가 감소한 가운데, 보험업권만 유일하게 두 달 새 1조원 늘면서 건전성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금융당국의 권고로 은행권의 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가운데, 보험업권은 신용대출과 약관대출 모두 문턱을 높이며 건전성 관리에 대응하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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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보험업권의 가계대출은 1조1000억원 증가했다. 11월에 6000억원, 12월에 5000억원 각각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금융업권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6조6000억원 줄었고, 보험사 외에는 11월에 새마을금고(2000억원), 12월에 은행권(3000억원)을 제외한 전 금융권의 대출 규모가 감소했다.
범위를 1년으로 확대시, 보험업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전년 대비 3조70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은 2조3000억원, 상호금융 중 새마을금고는 1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권이 2조7000억원, 전체 상호금융이 10조6000억원, 여전사가 1조3000억원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업권의 가계대출 규모의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금융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매해 증가해왔으나, 지난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자부담이 커지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완만하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은 올해도 금리인상과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계대출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보험권의 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자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취약차주들이 대안으로 보험사를 찾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관리하는데, 보험사의 DSR은 60%, 은행권은 40%으로 설정했다. 이로 인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중·저신용자 혹은 DSR 기준 이상의 추가 한도가 필요한 차주들이 보험업권을 찾은 것으로 파악된다.
가계대출 규모 증가로 건전성 관리가 시급해진 보험사들은 최근 대출금리를 내리는 금융권의 움직임과 반대의 행보를 보이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는 4.29%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p) 내리면서 11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전날 기준 연 4.69~7.43%로 전날보다 0.05%p 내렸다. 이는 금융당국이 고금리로 인한 가계부실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달라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반면, 지난해 11월 기준 무증빙형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 6곳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10.06%으로 집계됐다. KB손해보험이 12.98%로 전월보다 0.3%p 올렸고, 흥국화재도 12.71%로 0.37%p 올렸다. 생명보험사중에선 교보생명이 연 10.35%, 한화생명이 10.10%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도 흥국생명(9.85%), 신한라이프(9.56%), 삼성생명(9.39%) 등이 10%에 육박했다.
보험사들은 대출 심사가 필요 없고 중도 상환 수수료나 연체 이자가 없어 급전이 필요한 고객이 찾는 '약관대출' 규모도 줄이고 있다. 현대해상은 이달부터 일부 보장성 상품의 약관대출 한도를 종전 해약환급금의 60%에서 만기에 따라 0~60% 이내 범위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말부터 변액보험 외 대부분 상품의 약관대출 한도를 해약환급금의 90%로 내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대출 규모가 늘었는데 대부분이 취약차주로 신용점수가 낮아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리스크관리나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대출 규모를 줄이는 등 위험부담을 금융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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