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공공요금 인상 시기가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공요금발 고물가 충격이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부터 잡고 정책기조를 '경기 부양'으로 전환한다고 예고했지만, 고물가 기조가 길어지면 경기 대응에 나설 타이밍도 늦어질 우려가 있다.
20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상반기 공공요금을 최대한 올리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도로, 철도, 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 전기·가스요금 2분기 동결, 하반기 인상 유력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일제히 지하철, 버스,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 계획을 미뤘다. 서울시는 4월로 예정했던 지하철, 버스요금 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연기하고 경기도는 다음달 올리기로 한 택시요금 인상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전기·가스요금의 2분기 인상 가능성도 사실상 봉쇄됐다. 당초 정부는 이번 동절기 공공요금을 동결하되, 연내 점진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적자를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연내 인상 방침은 확고히 하되 시기는 뚜렷히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2분기 인상 가능성도 조심스레 흘러나왔지만 정부가 또 한번 동결을 못 박으면서 전기·가스요금은 하반기에나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최대 38.5원 남아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전력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산정한 올해 요금 인상 수준은 51.6원이다. 올해 1분기 인상폭(킬로와트시(㎾h)당 13.1원)은 이 중 25%에 불과하다. 가스요금도 메가줄(MJ)당 최소 8.4원에서 최대 10.4원 오를 수 있다.
문제는 공공요금 인상시기가 미뤄질수록, 공공요금발 고물가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새해 첫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지난해 12월(5%)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특히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 대비 28.3%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사실상 공공요금이 끌어올렸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하반기에 전기·가스요금이 차례로 인상되면 공공요금발 물가 충격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물가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라 전망했지만 '상고하고' 흐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물가안정→경기부양 예고했지만…정책조합 딜레마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시내 주택가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 2022.10.28 mironj19@newspim.com |
물가부터 잡은 다음 경기 부양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꼬이게 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히 간다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경제정책을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고, 물가가 안정되면 경기 부양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얘기다. 지난 16일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도 "물가 안정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고물가가 계속돼 물가 안정에 역점을 두다 보면, 정부가 경기 대응에 나설 타이밍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있음에도 이를 억제하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기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상승 압력도 있고, 정책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안팎의 위기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요 기관들은 세계경기 둔화, 수출 부진, 내수 위축 등을 이유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일제히 낮춰잡고 있다. 한국은행도 오는 2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간 성장률을 1.7%에서 하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도 지난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 2월호'에서 "경기 둔화가 시작됐다"고 공식화하면서 한국 경제상황에 대해 암울한 진단을 내놨다. 기재부는 "확고한 물가 안정과 민생 부담 완화 기조하에 수출·투자 활력 제고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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