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은행은 일반적으로 '공공재'로 간주되지 않는다. 은행은 유한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서, 이익 추구와 사업 확장을 목표로 한다." 20일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챗봇 AI '챗GPT(ChatGPT)'에 '은행은 공공재인가'로 물으니 나온 대답이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3.02.20 hkj77@hanmail.net |
챗GPT가 전세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은행이 공공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일부 공공적 기능은 언급했다. 챗GPT는 "은행은 경제 활동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정부와 사회의 안정성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은행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보장하고, 금융시장의 원활한 동작을 위해 관련 법규와 규제를 시행한다. 또한 은행은 일반인들의 저축을 받아 안전하게 운용함으로써 개인과 가계의 안정성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챗GPT는 은행의 상업기업으로서 본질을 갖추나, 일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의 공공재 발언 후…지배구조개편, 보수체계 점검, 금리체계 초점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정의하면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는 은행과 금융지주를 공공재 역할로 전환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로 그룹CEO를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선이나 성과급 등 보수체계 점검, 대출금리 등 금리체계 개선 등에 초점을 둔다. 이러한 것들은 챗GPT가 분석한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있다. 다시 챗GPT에게 '공공재 역할이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챗GPT는 ▲경제 안정성 유지 ▲대출 및 자금 지원 ▲금융교육과 상담 ▲환경 및 사회적 책임 등 4가지를 꼽았다. 이미 우리나라 은행들이 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럼 해외에서는 공공재 역할을 하는 은행이 있을까. 챗GTP에 물으니…. "미국의 지역은행들이 지역 사회의 경제 발전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은행이 재정 지원과 개발을 위한 자금을 제공하는 등 공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면서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은행은 일반적으로 상업적인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이익 추구와 사업 확장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민간은행이 공공재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며, 정부나 금융당국의 지원과 규제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오픈AI와 챗GPT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예대금리 차이 가이드라인 전세계 어디에도 없어"
윤 대통령은 대출금리 인상폭이 과도하다며 예대금리 산정 기준에 의문을 표했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이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중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장금리인 예금과 대출금리를 정해야 한다. 챗 GPT에 예대금리차이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지 물었더니…. "은행의 예금금리는 일반적으로 시장에 따라 경쟁적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은행들이 결정하는 예금금리 차이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그러나 일부 나라에서는 은행들이 예금금리 차이를 너무 높게 책정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규제적인 가이드라인인 'Regulation Q'를 시행했다. 이 규제는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일정한 수준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 일부 나라에서는 은행들이 예금금리 차이를 공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를 통해 고객들은 각 은행의 예금금리 차이를 쉽게 비교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예금금리 차이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미국의 'Regulation Q'는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하지 말라는 규제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인상하면서 금리 전쟁이 발생했고, 은행들은 비용 상승과 자금 확보 등으로 건정성에 문제가 생겨 만든 규제다. 심지어 은행들은 이자율이 0.5% 이하인 예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제한다. 우리나라 실정에는 사회적 비판을 받을만한 규제이고, 이마저도 2011년 폐지됐다. 또한 예대금리 차이 공개는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하는 제도다.
챗GPT의 조사와 분석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목한 '공공재' 역할론과 구체적인 시행 방법과 유사한 내용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의 '공공재'는 은행을 사회간접자본으로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접근이다. 시장 기능을 언제든 정부의 통제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초헌법적 발상이다. 법을 가장 잘 안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럽고 고물가·고금리로 국민의 삶이 날로 어려워진 가운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포퓰리즘이자 선동정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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