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조재완 조민교 신정인 기자 =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한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최종안이 발표됐다. 이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들은 다소 부족한 결론이긴 하지만 한일관계의 발전 방향을 위해서는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원고에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6일 밝혔다. 일본 전범 기업의 피해 배상이 빠진 대신 재단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재단의 재원 마련은 한국과 일본 기업을 모두 포함한 자발적 기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한국이 먼저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을 제외하는 대신 한국 기업이 모금한 재단을 통해 제3자 변제를 하기로 '대승적 결단'을 내린 만큼,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해 양측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의 모습. 정부는 이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 없이 행안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한다는 '제3자 변제' 방식을 공식 발표했다. 2023.03.06 hwang@newspim.com |
직장인 김연수(31) 씨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이 국가폭력을 당한 사건인데, 피해자의 의중 없이 국가 대 국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너무 쉽게 일을 매듭지으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이 쉬울 리가 없고, 쉬울 리 없는 일을 풀어가는 게 한국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조현진(26) 씨는 "실제 피해자들 나이를 고려했을 때 실질적 배상 시간을 앞당겨야하는 건 공감하고, 아이디어 자체는 납득할 만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직장인 김예은(30) 씨는 "대선 후보 때 보이던 친일, 매국노의 성향이 이번 '제3자 변제인'으로 확실하게 드러났다"며 "'과거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 했거늘 어찌 고작 5년짜리 시한부 정권이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결정이어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언제까지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미래협력 관계로 나아가야하는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대학생 임가을(26) 씨는 "매정부마다 일본 강제징용을 빌미로 사과도 요구하고 실제로 배상도 받았던 건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며 "앞으로 한일관계가 미래협력 관계로 나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전범기업이 배상책임이 없어 아쉽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유용한 배상책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재형(31)씨는 "굉장히 현명한 선택이다. 국제법상으로도 배상문제는 해결됐고, 도의상으로도 일본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서 도와주려고 했다"면서 "김대중 정부 때도 한일관계 회복을 위해 윤 정부와 같은 스탠스 취했었다"고 했다.
최씨는 "지금 이 해법은 한국정부가 미래를 보고 외교적인 문제를 생각했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이다"며 "한국정부가 이전에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어만져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만큼을 일본에서 받아오지 못했다. 그 잘못은 한국정부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배상도 우리 정부가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 후 질문을 받고 있다. 2023.03.06 yooksa@newspim.com |
전문가들도 이번 '제3자 변제' 방식을 두고 피해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향후 한일 관계 개선과 한국 산업과 경제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평가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협상의 여지가 조금 더 있었다고 본다.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안고 있는 문제들을 충분히 풀어가는 게 맞다"며 "엄중한 국제정세를 고려하고 고민 끝에 나온 판단이겠지만 속도가 빨랐다고 본다"고 했다.
양 교수는 "정부 발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고, 강제징용 피해단체 등이 오랜 기간 요구해온 부분들이 묵살돼 반영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면서도 "다만 한일 최대 장애물이 상당부분 완화돼서 양국 관계가 개선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한일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G7 등 국제 관계서도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은 소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이번 발표로 한국 경제, 산업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일본과 교감해 합의가 된 거겠지만, 상호간 재확인 그리고 민간 차원 협력으로 기금 등을 통해서 성의를 보이는 부분이 착실하게 진행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본 경제단체들을 통해서 전범기업들이 기금을 조성하고 참여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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