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메모를 공개했다. 검찰은 메모가 혐의를 입증할 핵심증거로 보고 있지만 김 전 부원장 측은 증거의 신빙성을 문제삼고 있어 향후 양측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가 7일 진행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1차 공판기일에서 정치자금 내역과 관련한 메모를 공개했다.
이 메모는 천화동인 4호 이사이자, 남욱 변호사의 집사로 불리는 측근 이모 씨가 자필로 작성한 것이다. 'Lee list(Golf)'라고 쓰여진 메모에는 '4/25 1', '5/31 5', '6 1', '8/2 14300' 등 날짜와 숫자가 기재돼 있고 하단에는 '신 4350', '5000/1000/4000/10000/5000', '4500', '5000/1500 권', '5000 이', '50000' 등이 적혀 있다.
검찰은 "남욱 측에서 선거자금용으로 사용할 현금을 만들기 위해 지인과 거래관계에 있는 공사업체로부터 현금을 조달하고 이씨가 정민용에게 전달한 사실에 관한 자료"라고 했다.
검찰은 메모 내용에 대해 이씨가 2021년 4월 25일 1억원, 5월 31일 5억원, 6월 1억원, 8월 2일 1억4300만원의 현금을 정 변호사에게 전달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 [사진=경기도] |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은 지난 2021년 4~8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4차례에 걸쳐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을 통해 남 변호사로부터 총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던 2013년 2월~2014년 4월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총 1억9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의 주장에 대해 김 전 부원장 측은 메모에서 금액과 날짜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검찰의 기소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검사가 명확한 게 아니고 금액 날짜 불분명하다고 했는데 메모에 기초해서 말하고 있다"면서 "메모에 따르면 4월 25일에 정민용에게 1억 전달했다면 최소한 유동규가 김용한테 돈 준 건 25일 이후가 된다. 결국 견강부회, 억지로 끼워맞추기"라고 주장했다.
앞서도 변호인은 "피고인이 돈을 받은 날짜가 정확히 특정되지 않았는데 이러면 알리바이 주장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이 사건 기소는 그물을 언제든지 던져 누구든지 걸려라는 식의 투망식 기소"라고 비판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메모가 단순히 숫자만 기재돼 있는 것이어서 재판부가 메모 자체를 결정적인 증거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검찰이 추가조사를 통해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 등을 확보한다면 신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증거능력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건 관계자가 작성한 메모라고는 하지만 액수, 시간이 명확하게 제시됐다고 보긴 어렵고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면서 "검찰이 추가로 증거를 확보해 검찰 측 주장을 뒷받침해야 재판부로부터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